캄보디아 급성 대동맥박리증 환자 '에어앰뷸런스'로 국내서 수술

이대서울병원 EXPRESS 시스템 가동해 수술 성공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4-10 14:06

캄보디아에서 이륙한 에어앰뷸런스가 지난 3월 23일 오후 4시 45분경 약 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착륙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로 재빨리 옮겨진 급성 대동맥박리증 환자 김 모 씨(여, 69세)는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캄보디아 현지 병원의 환자 전원 요청을 수용한 이대대동맥혈관병원(병원장 송석원)은 환자가 에어앰뷸런스에 탑승했을 때부터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점검했다. 환자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를 수술할 송석원 교수팀은 분주해졌다. 송 교수팀은 외부 대동맥질환 전원 환자의 응급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실로 바로 이동 가능한 EXPRESS(Ewha Xtraordinary PREcision Safe AORTIC Surgery) 시스템을 가동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우려와 달리 수술실로 들어선 환자의 혈압은 안정적이었지만, 장시간 비행과 당일 캄보디아 병원에 의사가 없어 CT 영상을 바로 전달받기 어려운 상황은 걸림돌로 작용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이후 CT 영상이 여러 장으로 나눠진 사진을 살펴본 송 교수는 '어렵지만 수술할 수 있다'며 망설임 없이 수술을 집도했다.

최대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급성 대동맥박리증 수술을 송 교수는 약 3시간 반 만에 무사히 끝냈다. 3일 뒤 대동맥혈관 중환자실에서 준중환자실로 이동된 김 씨는 인공호흡기 없이도 대화가 가능할 만큼 호전됐고, 활력징후 또한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다.

다음날 김 씨는 일반병실로 이동됐고, 4월부터 매일 대동맥혈관 재활치료실에서 유산소 및 근력 운동 등 심장재활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김 씨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소중한 생명을 구해준 송 교수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펼치던 김 씨는 극심한 두통과 등이 찢어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 현지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증상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더 큰 병원으로 옮겨 CT를 찍어본 결과 급성 대동맥박리증을 진단받았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응급수술이 가능한 동남아시아 병원을 수소문해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한시가 급한 위급상황,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에어앰뷸런스를 통해 모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대동맥박리증은 대동맥혈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이 찢어져 혈액이 대동맥의 벽을 뚫고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발생한다. 발병 시 앞가슴이나 등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1시간마다 사망률이 1%씩 높아지는 초응급질환이다.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한 경우가 빈번해 신속한 진단과 정확한 치료, 수술이 요구된다.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은 "대동맥질환 환자가 해외에서 에어앰뷸런스와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장시간 이송 도중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었던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끝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버텨준 환자분과 어떻게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국경을 뛰어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 순간 숙련된 전문 의료진, 시설 및 장비를 기반으로 대동맥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요 근래 가장 기적같은 일들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초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고자 365일 24시간 응급수술 및 시술이 가능한 특성화 전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더욱더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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