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설명의무법 '멘붕'‥중증·수술 기피현상 우려

전공의들 수련·실습 환경 억제…흉부외과 등 기피과 더욱 심화
환자단체 측 "원안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법안, 통과에 의의둘 것"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11-30 06:09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대리수술(유령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의사의 설명 의무 법안이 구부능선을 넘자 의료계는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는 단순히 환자에게 진단명, 진료 방법 등을 설명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공의들의 수련이나 실습 환경을 억제하며, 흉부외과 등 기피과 현상을 심화시키는 한편, 의료계 내부의 중증환자 진료 거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9일 제2소위원회(위원장 김진태)를 열고 계류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며,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는 빠르면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수정안에는 환자에게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때 이를 시행하는 의사가 직접 진단명, 진료 방법, 진료를 행하는 의사의 성명,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미리 설명하도록 했다.
 
또한 집도의는 환자에게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며, 주요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당초 원안에 비해서는 완화된 내용이다. 기존에는 형사처벌이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있었으며, 설명 대상 범위도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로 비교적 넓은 편이었다.
 
설명의무 내용 외에 나머지 조항들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관련 불법 리베이트 적발시 불법 이익을 수수한 의료인의 처벌을 3년으로 상향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 조사 및 분석에 따른 결과를 반드시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환자 동의가 있을 경우 의료기관 간 진료기록이나 영상촬영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의료기관 개설자도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도록 했다.

국회로 출근했던 의협 회장 노력 수포로…난감한 표정으로 발길 돌려

통과 소식을 접한 의료계에서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이날 소위원회 회의장을 방문해 가장 먼저 통과 소식을 들은 의협 추무진 회장,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사진> 등은 난감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회의 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계류' 가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
 

실제 법사위는 상임위와 달리 '만장일치'가 아니면 통과시키지 않는 관례가 있는데, 법사위 소위에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위원들이 다수여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게다가 해당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된 이후 이들은 매일 같이 법사위 위원들을 찾아 의료계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설득에 나서왔고, 이에 따라 지난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통과를 막아낸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계류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사실상 리베이트 처벌 상향 법안은 통과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약사법, 의료기기법 통과로 약사, 제약사, 의료기기업체와의 불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의료인의 자율로 맡겨야 할 설명까지도 의무로 규제하는 법안까지 통과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의협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김주현 대변인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충분히 국회의 설득을 이끌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면서 "통과 소식을 듣고 의협 전체가 멘붕 상태다. 특히 국회에 출근하다시피한 의협 회장은 이를 막지 못한 것에 회원들에게 상당히 죄송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실습, 사기 저하 등으로 번질 수도..환자 기피 가능성도 제기
 
전주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의협이 회원들에게 사과만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사를 제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간 지도교수 감독 하에 수술에 참여하고, 환자에게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한 뒤 동의서를 받아왔던 전공의들의 경우, 이번 법 통과로 인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혀 제대로된 실습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이는 일단 과장들이 관습처럼 전공의나 전임의에게 맡기던 관행인데, 이번 법 개정으로 이 같은 문제를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제대로 수술 한 번 못하고 전문의를 따게 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면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지나치게 규제인 법이며, 의료계 교육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협의회 이상형 부회장 역시 "외과나 흉부외과의 경우 지도교수의 감독 하에 수술을 직접 해야 한다. 이마저도 유령수술이나 대리수술 등으로 묶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의분법 등 옥죄는 법안들이 많이 통과됐는데, 이마저 시행되면 외과, 흉부외과 기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사기도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그렇잖아도 수술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설명까지 의무화된다면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당연한 행위 명시한 법안..환자 측 "지나치게 축소됐다"
 
다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양심에 따라 일하는 의사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법안'이라며 통과에 찬성하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그간 유령수술 척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던 성형외과의사회 박영진 기획이사는 "의사편에 서고 싶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니다"라며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설명의무법이 두렵지 않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고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이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마약 처방을 한 후 사인만 하나 누락해도 행정처분을 받는 엄격한 법이 있고, 몸만 잘못 스쳐도 범죄 의도를 판단해 처벌하는 아청법도 있다"면서 "사람 몸에 칼을 대는 의료행위를 하는데, 환자가 누가 이를 시행하고 어디까지 시술이 이뤄지는지 모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에서는 지나치게 법안이 축소돼 아쉽지만, 법제화된 것에 의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회장은 "진작에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이미 환자 설명 의무는 대법원 판례상 인정된 것으로,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행정처분 등이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만, 법적 근거가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과 수혈, 전신마취 등으로 규정해 설명의무가 의사에게만 갔다. 반드시 '모든 침습행위'도 설명 의무에 포함돼야 하며, 이를 통해 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도 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면서, 법 통과 이후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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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에있*****2016.12.10 01:27:23

    설명및동의없이 돈욕심에 불필요한 치료 시술 너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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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2016.12.10 01:23:22

    설명하면되지 설명하기 싫어 수술않하는게 의사냐  내가족이 될수 있다 너 미래에도 당할수 있고 당해봐  의사는 환자 돈으로 보는게 현실이다 돈빼먹으려고 혈안이 된 기술자이지 환자를 위한 의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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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냐면***2016.11.30 18:41:04

    의사 안하면.....누가 응급 중증외상환자 치료하나요?????????? 다...개돼지처럼 디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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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뭡니까 ****2016.11.30 16:28:08

    또 갑질 의사집단한테 휘둘리나요? 원래대로 가야지, 왜 축소한답니까??
    의사들 존재이유가 국민들 건강입니다. 대통령의 존재이유가 국민의 대표인 것과 같지요. 
    유령수술, 오다리수술, 간호사수술..만연화 되있자나요. 
    더 강하게 해야합니다. 이런 법이 싫다? 그럼 의사 안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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