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에서 '설명의무'는 무조건 의사에 불리?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법원 "의사, 적절한 진료방법 재량권 있어"

조운 기자 (good****@medi****.com)2018-03-24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사는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할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
 
이 같은 '설명의무'는 의료분쟁 발생 시 환자와 그 가족들에 의해 반드시 제기되는 의혹으로, 최근 의료계는 해당 설명의무가 의료계에 지나치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그간 판례에서 법원은 의사의 이 같은 설명을 통해 환자와 그 법정대리인은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에도 환자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은 얼마나,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모 대학병원과 환자 사이에 벌어진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의무를 해석한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 A씨는 지난 2013년 11월 25일 B대학병원에 응급 입원하여 진료받은 결과 두개인두종이 발견되어, 29일 비강 내시경을 이용해 두개인두종의 95%를 제거하는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촬영한 뇌 MRI 결과, A씨는 좌측 시상하부에 2cm 크기의 급성 뇌경색과 경미한 수두증, 양측 4뇌실에 발생한 뇌실내출혈 등의 소견이 나타났고, 다시 12월 2일 응급으로 뇌실배액관 삽입술이 진행됐다.

해당 수술 후에도 A씨에게 삽입한 뇌실배액관에서 배액이 되지 않고, A씨의 의식 상태가 점점 약화되자, 의료진은 이를 세척 후 재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해하는 것을 수 차례 반복했다.

결국 현재 A씨는 뇌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상태이고, 의식수준이 저하되어 있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다.

A씨의 가족들은 B병원 의료진이 두개인두종을 치료함에 있어 무리하게 95% 이상의 종양을 제거해 좌측 시상하부에 2cm 가량의 심각한 신경 손상 및 급성 뇌경색, 뇌출혈을 유발시켰으며, 뇌실배액관을 삽입하는 응급수술을 실시하기 전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B대학병원 의료진이 A씨에게 비강을 통한 내시경 수술 외에 방사선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 개두술에 의한 종양제거술 등 다른 치료 방법이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씨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재산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가족들은 의료진이 이 사건 종양제거술 중 직접적인 뇌손상 가능성 및 이로 인한 의식장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의료진의 수술 과정을 분석한 결과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으며, 항생제를 투여하지 아니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해당 응급수술 당일 하루 3회 항생제가 투여되고 있어, 별도의 예방적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최초 종양제거술 시 A씨가 서명한 수술동의서에는 현재 상태와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의 예후, 수술의 목적과 효과, 다른 치료방법으로 방사선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는 점, 수술 합병증 등이 기재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강을 통한 종양제거술 외에 보존적 치료 내지 개두술에 의한 종양제거술의 치료 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의료진이 이 사건 종양제거술 전에 A씨와 가족들에게 교부한 수술동의서에 그와 같은 취지의 명시적 기재를 찾아볼 수 없어 서면에 의한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고 보이기는 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B병원 의료진은 위 수술동의서를 기초로 구두로 가족들에게 수술방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뇌손상 가능성은 수술방법 설명시 필연적으로 설명되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A씨는 이미 종양 제거술 전 보존적 치료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황이었으므로, 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수술에 동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병원 의료진의 A씨의 자기 결정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해당 손해배상 소송에서 B대학병원 의료진의 손을 들어 해당 소송을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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