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상급종병 쏠림 '급물살'‥의료전달체계 개선 '답답'

의료기관 종별 빈익빈-부익부 심화‥상급종병도 중소병원도 "우려"

조운 기자 (good****@medi****.com)2019-05-28 06:08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으로 예상됐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기정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급종병 쏠림 현상에서 유일한 브레이크라 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대책은 답답하게 진행되면서, 중소병원·개원가의 한숨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 환자들로 붐비는 (위)서울아산병원, (아래)서울성모병원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 지 약 1년여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선택진료비를 완전 폐지하고, 7월부터는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병상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의료계로부터 큰 반대에 부딪혔던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역시 지난해 7월 간, 담낭 등 상복부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뇌, 혈관 MRI, 나아가 기타 필수의료분야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통칭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계는 일찍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우려해 왔다.

가뜩이나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비용 측면에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려는 경향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수치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통해 2017년 1월에서 9월의 의과 의료기관 외래 요양급여비용 및 외래 내원일수 종별 비중을 2018년 같은 시기와 비교 분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그 결과 2018년도 1월에서 9월까지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요양급여비용 비중은 2017년도 17.7%에서 0.2%p 상승한 17.9%로, 외래 내원일수의 비중 역시 2017년도 5.3%에서 0.1%p 상승한 5.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원급의 외래 요양급여비용 비중은 2017년도 54.6%에서 0.04%p 하락한 54.2%로, 외래 내원일수의 비중은 2017년도 75.6%에서 0.4%p 떨어진 75.2%로 감소해 상급종합병원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최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가 2017년 10조 9,000억 원에서 2018년 14조로 전년대비 28.7% 증가했다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과 그로 인해 의원급 기관의 환자 감소 현상이 수치로 드러나면서,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급과 중소병원들은 물론 지나친 환자 쏠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역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는 적절한 전달체계와 연계되지 않는 보장성 강화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물론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혁신을 위해 서비스 유형별 질 평가와 차등 보상을 통해 의료기관 기능별 역할 정립을 시도하고,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가치기반 지불제도 확대 및 질병단위로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결합하는 신포괄수가제도의 확대, 질 평가 사각지대 해소 등을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들이 빠른 속도로 심화되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을 상쇄하기에 너무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안 그래도 흐트러진 의료 생태계가 정부 정책으로 완전히 엉망이 돼 버렸다.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 환자 증가로 진료비 수익이 증가한 게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병원 내 의료인력들의 소진은 물론이고 병원 시스템 마비 등 비정상적인 운영 상태를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생태계를 생각할 때,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멀리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의 심화는 결국 환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절실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중소병원 관계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한 번 망가진 의료 생태계의 질서를 다시 잡기는 어렵다는 점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환자들의 의료 쇼핑 문화, 즉 환자들의 의료 이용 행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들이 어떤 개선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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