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지로 속도내는 의료전달체계 개편‥醫政 합의 '과제'

상급종병 쏠림 방치하며 비효율적 의료 이용 이어져 환자 피해 '극심'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06-11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그간 보건의료 이해 당사자들 간의 마찰로 진전이 어려웠던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사태로 우리나라의 비효율적 의료자원 활용 문제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며 정부가 의지를 불태우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국민 모두에게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국가 보건의료체계 유지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병원협회, 의사협회, 소비자, 환자, 노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전달체계개선 TF를 운영하며, 지난해 9월 4일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 이은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기능 정립을 위한 수가 개선 방안'이 심의‧의결되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더욱 확고히 드러났다.

사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정부와 의료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최근 대한내과학회 학술지에서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김영삼 교수가 '한국의 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게재하여, 우리나라 현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과 그 개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심각한 상급종병 쏠림 현상‥비효율적 의료 이용으로 환자 피해

우리나라는 의료법령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종류를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과 의원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표준 업무를 규정하고 권장 질환을 예시하고 있지만, 현 상급종합병원에 경증, 중증 할 것 없이 환자들이 쏠리면서 모든 환자들이 안전하고 적정한 진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기관 종류별 진료비 점유율은 의원급은 37.5%에서 31.4%로 감소한 반면, 상급 종합병원은 24.6%에서 27.7%로 증가했고, 의료기관별 외래일수 점유율은 상급 종합병원이 4.1%에서 5.6%로 증가하고 의원은 81.3%에서 75.6%로 감소했다.

입원일수점유율 역시 상급 종합병원이 14.9%에서 16.7%로 증가하는 동안 의원은 13.8%에서 7.7%로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의료기관별 외래 내원일수 증가율은 전체가 22%인데 상급종합병원은 66%, 의원은 14%로 증가했고, 외래일수와 입원일수를 포함한 의료 이용량도 상급 종합병원이 타 종별에 비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김영삼 교수는 "의료 이용에 대한 제한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환자들의 대부분은 규모가 크고 유명한 의사와 고가장비를 보유한 상급 종합병원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상급 종합병원 이용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고 상급 종합병원 이용을 위한 별도의 진료 의뢰 비용이 없어 접근성이 더 크게 증가했고, 실손보험 가입 증가로 인해 본인부담금이 사실상 없거나 매우 적은 경우도 많아 상급 종합병원의 쏠림 현상은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말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경우 장기간 대기하면서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수술까지 통상 2-3개월 대기를 하고 평균 진찰시간은 4분에 불과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또 만성질환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포괄적이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나 대형병원에서 장기처방 중심으로 진료하게 되면서 치료 효과는 오히려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 발표‥향후 의료계와 간극 좁힐 수 있을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 별로 각 기능에 맞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의원에서는 주로 만성 질환에 대한 포괄적 건강관리와 간단한 외과적 수술, 처치를 시행하고 병원 및 종합병원에서는 일반적 입원 수술과 전문 진료를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고도 중증 및 희귀 질환에 대한 치료, 교육 및 연구를 담당하게 하고 지역 내에서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구체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지정기준 중 중증 환자 비율을 상향하고 경증환자 비율을 하향하는 것을 예고하여 이미 시행 중이다.

그 외에도 중증 환자 수가와 중환자실 수가를 인상하고,  중증 심층 진료 위주로 운영 시 별도 수가체계를 적용할 예정하여, 최종적으로 상급 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을 중증 종합병원으로 변경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병·의원에서 상급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과정을 개선하여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도록 하며, 상급 종합병원에서 경증 환자 및 중증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에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과정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환자들의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으로 실손보험 보장 내용이 바람직한 의료 이용 및 공급체계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공·사보험 연계체계를 강화하며, 지역 내 의료 해결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 지역우수병원 지정, 전문병원 및 1차 의료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정부의 개선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주로 1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래 환자 본인 부담률을 30%에서 1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환자 관리 비용을 인정해 줄 것, 건강 증진 관리료를 신설하여 동네의사가 지역주민 대상으로 건강의 유지 증진을 위한 건강 관리계획 수립, 중간 관리 등 상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특히 지역 중소병원 역량 강화에는 찬성하나 정부가 제안한 지역 우수병원 지정은 반대하고 지역중소병원을 구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상급 종합병원을 중증 종합병원으로 지정하고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반드시 1차의료기관을 거쳐 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정부의 대책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외과계 의원 수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 외과계 의원을 대상으로 외래 진찰료 이외에 환자 관리료 등 추가 수가 신설을 요청한 점이다.

의료전달체계 붕고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끼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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