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자리에서 전공의들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가 언급됐다.
그 중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건 등 소아청소년 의료진들의 보호 미비 문제가 거론됐다.
해당 사건은 5년이 지나 무죄 판결이 났지만 파장이 컸고, 젊은 의사들의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 당시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의 지원율이 크게 하락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본인을 전공의라고 밝힌 한 의료진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뉴스에 비친 의사의 모습이 생생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환자가 사망하면 소송에 걸리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현재 산부인과에서도 고스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 지원은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산부인과 조정 신청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료 사고의 부담과 처벌 위험은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 포기, 폐업을 이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활용해 의원 기관수를 검색해 본 결과, 의원급 중 산부인과는 ▲2018년 신규 45 - 폐업 53 ▲2019년 신규 49 - 폐업 46 ▲2020년 신규 34 - 폐업 41 ▲2021년 신규 55 - 폐업 40 ▲2022년 신규 60 - 폐업 46이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개원보다 폐업이 많았다.
산부인과는 전공의 충원율이 2017년 97.8%에서 2022년 68.9%로 줄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이탈률이 많아 전문의 수도 2000년 253명에서 2023년 10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산부인과를 택한다고 해도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분만 대신 부인과나 난임 치료를 선택한다. 혹은 피부 미용으로 빠지는 전문의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는 응급상황 대처를 어렵게 하고 분만취약지 증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8∼2021년까지 분만의료기관은 80곳이 문을 닫았고, 이에 따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05곳은 분만의료기관이 없는 '분만취약지'로 분류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있어 산모나 태아의 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등 원치 않은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한다.
이에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안전한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를 제안했다. 분만 과정 중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나 출산 관련 모성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중재 아래 무과실에 한정해 분만 관련 사고는 최대 3000만원(국가 70%, 분만의료기관 30% 부담)을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보상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다. 대만과 일본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상금이 지급된다.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출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성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 등 합병증 발생, 이로 인한 의료소송 등은 산부인과 전문 인력의 감소 및 분만 기피를 이끌고 있다. 분만의 특성상 응급 환자와 같이 1년 365일 24시간 임산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적은 국가적 보상 및 낮은 수가로 인해 더이상 분만 의료기관 유지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