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의료법에 따라 의무화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이행률이 96%를 기록하면서 수술 장면 촬영 체계 구축을 위한 첫 관문은 넘었지만, 여전히 정부와 병원에 안겨진 숙제는 상당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수술실 CCTV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의무화 대상 의료기관 2396개소 중 96.4%인 2310개소가 설치를 완료했다.
수술실 기준으로 보면, 해당 의료기관이 보유한 수술실 총 7013개 중 6763개(96.4%)에 설치가 완료됐다.
당일 기준으로 설치 중인 의료기관이 43개소, 수술실이 181개로, 해당 의료기관까지 설치를 마치면 설치 이행률은 의료기관 기준 총 98.2%까지 늘어난다.
앞서 정부는 개정 의료법법 시행일인 지난달 25일 이후 설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CCTV 설치 이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번 조사결과로 의무화 대상 의료기관 대부분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마무리한 것이 확인되면서, 정부는 개정 의료법에 규정된 수술 장면 촬영 시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가 확인해야 할 사항이 단지 CCTV 설치 유무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CTV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서 일정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촬영함과 동시에 임의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설치돼야 하며 고해상도급 이상 성능을 보유해야 한다. 단순 설치 유무를 떠나 가이드라인에 맞춰 설치됐는지를 조사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원내 등에 게시해야 하고, 촬영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 후 삭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같은 시스템까지 온전히 구축돼야 개정 의료법 취지에 맞게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만큼, 정부로선 추가적인 확인 작업과 조치가 불가피하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참여한 의료기관으로서도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이미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은 의무화 이전부터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있었다. 다만 개정 의료법에 맞춰 수술 장면 촬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별도 조직이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당장은 법에 따라 조직·체계를 갖췄다 하더라도 이를 지속 운영하는 과정에서 행정적·물리적 부담이 누적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환자가 요청한 수술 장면 촬영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마찰도 부담으로 꼽힌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 등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4가지 사유는 거의 모든 수술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부 의료계 의견이다. 이대로라면 의료기관은 수술 대부분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사유에 따라 촬영을 거부할 수 있게 되는데, 만일 환자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문제제기에 나서거나 강하게 반발한다면 이 과정과 대응은 모두 일선 현장 몫이 된다.
때문에 병원계 일각에선 환자 안전을 위해 마련된 행정적 부담에 대한 보상이 정부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복지부는 향후 지자체 등과 함께 의료기관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의료기관 현장방문 자리에서 "수술실 내 환자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협조해달라"면서 "의료현장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니만큼 소통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