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약제의 사용범위 확대' 제도가 손질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건강보험 약제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다중 적응증을 가지는 약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제품이 고가이며 위험분담 적용 약제다.
따라서 적응증 확대로 대표되는 '사용범위 확대 약제'들의 약품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현행 사용범위 확대 제도는 2014년에 도입돼 그동안 개정없이 10여 년간 유지돼 왔다.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는 환자의 본인부담 및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다. 아울러 협상을 통한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 인하에 비해 약가의 할인폭이 크며, 기존 적응증에 대한 약가 인하도 동반되므로 재정 절감의 효과가 증가한다.
다만 전체 사용범위 확대 규모 면에서 사용범위 확대 협상 건수는 적은 편이며, 인하율도 제한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사용범위 확대 사전조정 대상 약제의 인하율이 2012년 최초 설정 시부터 현재까지 최대 5%로 설정돼 있고, 추가 청구액 구간별 기준 지점만 2017년에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약제의 사용범위 확대'는 급여기준 확대, 투여기간 연장, 투여 대상 확대 등 약제의 사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약제의 상한금액 및 예상청구금액 등을 조정하는 제도다.
2014년 이전에는 자진 인하의 형태로 보건복지부와 제약사가 협의했으나, 이후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원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추가청구액 100억 미만이면서 위험분담 약제가 아닌 경우 심평원이 상한금액을 조정한다. 기준은 사용범위확대 상한가 조정 기준으로 추가청구액 및 증가율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추가청구액 100억 이상이거나 위험분담 약제라면 건보공단이 상한금액 및 예상청구금액을 조정하며 약가협상을 수행한다.
문제는 치료제들이 점차 많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사용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면역항암제 등 고가의약품은 사회적 요구로 인해 사용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등재 시 예상한 청구금액 대비 실제 약품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급여의약품의 사용범위 확대를 선제적으로 관리한 기존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의 성과를 파악해,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 개선은 기존 제도나 다른 제도와의 관계에서 법적, 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진 인하 대상 약제의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약제에 따라 자진 인하로 인한 상한금액 인하율이 협상 대상 약제의 평균 인하율보다 높을 것인지 일반화하기 어렵다.
특히 또 다른 약가 사후관리제도인 '사용량-약가연동협상' 등에서 설정한 모니터링 기준은 예상청구금액과 실제청구금액의 절대 차이 및 상대적 증가율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절대 차이의 기준점은 50억(& 10% 이상 증가), 상대적 증가율의 기준점은 30%와 60%다.
이처럼 사용범위 확대 시 협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기준과 사용량-약가연동제에서 협상을 통해 가격을 인하하는 기준이 달라 일관적이지 않고, 양 제도가 서로의 참고 기준으로 작용해 협상력 최적화를 저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팀은 단기적인 개선 방향으로 예상추가청구액 기준 협상 대상 선정기준을 현행 1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협상 대상에 들어오는 동일제품군이 추가되며, 평균 인하율과 연간 재정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사용량-약가연동협상제도 등 주요 사후관리제도와 일관된 협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협상은 인하율의 상한이 없어 유연하게 재정 영향을 고려한 약가 조정이 가능하다. 사용범위 확대로 인한 재정 영향을 실제적으로 반영해 재정 지속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추가청구액이 15억 미만인 경우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이어도 환급형이라면 재정 영향이 총액제한형보다 적다. 이 경우 사용범위확대 협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상 추가청구액 증가율이 100% 이상인 약제는 대상 약제가 재정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해, 협상대상 약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협상 시 가격 기준들 중 하나인 사전조정 인하율 상한을 높이거나, 추가청구액 뿐 아니라 청구액 증가율에 따른 약가 인하율 차등 협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략으로는 '급여 관리 방안 적용 대상' 의약품 설정이 언급됐다. 치료 효과,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의 불확실성이 있는 의약품의 관리를 위해서다.
'급여관리 방안 적용 대상' 의약품은 연간 청구액이 300억 이상 혹은 1인당 연간 소요금액이 3억 이상인 약제(초고가 신약) 등으로 정의해, 예상추가청구액과 추가청구액 증가율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범위 확대 시 협상 대상으로 선정한다.
더불어 현행 사용범위 확대 관리제도는 사용범위 확대 전·후 1년을 기준 기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확대 후 1년간의 사용량 및 청구액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값들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상청구량은 장래에 발생할 사실에 대한 예상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고 보다 먼 장래를 예상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 탓에 중장기적인 재정 영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예상청구량 모니터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범위 확대 협상제도는 고려 사항을 유형화, 명문화함으로써 협상 과정의 예측가능성 및 객관성을 높이고, 협상 결과에 대한 협상당사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정리됐다. 협상 시 외국 약가의 참조기준의 투명성과 적시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개선 방안도 요구됐다.
연구팀은 "현행 협상에서 주요하게 고려되는 재정 영향 외 협상 기준으로 임상적 근거, 비용효과성 등 대상약제의 임상적 가치 및 경제성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약가 협상 시 사용범위 확대 전 적응증의 약가와 사용범위 확대 후 적응증의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도 마찬가지다. 다중적응증 약제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허가 및 등재될 것이기에 협상기간 유연화 혹은 적응증별 가치 반영 방안 등 이들 약제에 특화된 관리 기반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구팀은 단기적으로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사용범위 확대로 인한 모니터링 기간 소실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장기적으로는 사용범위 확대 대상 약제의 특성을 고려한 연계 방안을 고민했다. 대부분 제한적인 대체약제가 존재했고, 적응증의 희귀성 등 신속한 시장 진입이 필요하면서도 그에 따른 실사용 근거 확보를 통한 근거 보강이 요구되는 약제였다.
연구팀은 "사용범위 확대 협상 제도 등 사후관리제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지속성 확보다. 현행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국외 참고 국가들에서 기 적용되고 있는 성분군, 효능군 등 관리 단위 확대, 총액예산제 등을 살펴봐야 한다. 외국약가 참조기준 등을 적용한 약가 재평가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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