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CAR-T 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의 모달리티(양상)는 서로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중항체치료는 기성 제품이다 보니 편의성 측면에서는 장점입니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환자 입장에서도 (약의)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데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사진>가 국내 임상현장에 처음 도입된 이중특이항체 혈액암 신약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지난 3일 한국로슈 '룬수미오(모수네투주맙)'와 '컬럼비(글로피타맙)'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 나와 이중특이항체 신약의 장점과 기대효과를 소개했다.
이중특이항체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차세대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이중특이항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항체를 하나로 합친 약제다. 하나의 표적만을 가지는 단일클론항체에 비해 특이적 항원 결합 부위를 추가로 가지고 있어 높은 특이성 및 표적 능력을 갖고 있다. 이에 표적 외 독성이 적고, 약물 내성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이중특이항체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비로소 상용화됐다.
최근 국내 허가를 득한 룬수미오와 컬럼비도 이러한 사례로 꼽힌다. 룬수미오는 지난 2022년 6월 유럽 EMA 허가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국내서는 2022년 11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FT)’ 1호 의약품으로 지정, 지난해 11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 성인 환자 3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컬럼비 또한 2023년 3월 캐나다 보건부 조건부 승인에 이어 6월 미국 FDA 허가를 득했다.
국내서는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지난해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들 치료제가 국내 상륙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혈액암 중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호지킨 림프종은 예후는 좋지만, 재발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주요 아형인 FL과 DLBCL도 마찬가지다.
실제 2017-2018년 재발/불응성 DLBCL 환자 736명을 대상으로 한 스웨덴의 인구 기반 코호트 분석 결과 이들의 평균 전체생존기간(OS)은 6.6개월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FL과 DLBCL에 기존 치료제가 불응하면 치료옵션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국내 해당 3차 치료제로는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만 있을 정도.
김 교수도 이러한 의미에서 룬수미오와 컬럼비의 등장을 반겼다. 이들 치료제가 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쓰는 경우도 있고, CAR-T 치료 후에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CAR-T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면역 세포로 만드는 치료 특성상 긴 준비 기간과 한정된 시설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CAR-T 치료제를 준비하기까지 기간은 약 1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드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세포 수집(cell collecting) 작업이 필요해 노동집약적인 특징도 보인다. 게다가 CAR-T는 별도의 인정/트레이닝이 진행된 특정 센터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기성품(off the shelf)'으로 환자에게 바로 투여가 가능해 치료를 일찍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룬수미오와 컬럼비가 재발성/불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허가 임상시험 성적도 고무적이라 했다.
김 교수는 "룬수미오 허가 임상에서도 완전 관해율(CR) 60%, 전체 반응률(ORR) 80%을 확인했고, 컬럼비는 완전 관해율 40%, 전체 반응률 52%를 보였다"면서 "기존 치료제나 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했다는 점을 볼 때 절대로 성적이 나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CAR-T 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를 동시에 비교했을 때 어느 약제가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가격에서도 김 교수는 CAR-T와 이중특이항체간 크게 차이는 없을 거라 봤다. 킴리아는 초고가 항암제로 불리며 2022년 유명세를 탔다.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면서 킴리아 1회 투여 상한금액 3억6000만원으로 설정됐기 때문.
하지만 킴리아는 '원샷 치료제'인데 반해 룬수미오는 총 8주기(1주기=21일)를 6개월 동안 투여해야 한다. 컬럼비는 이 보다 더 긴 총 12주기(1주기=21일)를 8.3개월 동안 투여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용법용량으로 설정된 기간 동안 맞는 누적 비용과 비교하면 결코 CAR-T 치료 보다 가격이 더 적게 든다고 이야기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로슈는 룬수미오와 컬럼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로슈 최인화 전무는 "GIFT 신속심사를 통해 허가는 빨리 됐지만 급여화 여부에 따라 국내 환자 치료 접근성이 좌우될 것"이라며 "급여 논의 과정에서 (적절 약가를)어떻게 잘 인정 받느냐가 큰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진입은 까다롭지만, 혁신신약이 빨리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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