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발표됐지만 정작 정책 당사자인 필수의료 현장 의료진들은 좌절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대책인 의료사고특례법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정책 패키지 방향이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닌 규제를 통한 '개원가 죽이기'로 평가되면서 "결국 대책은 낙수효과"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2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받아든 대학병원 필수의료과 의료진들은 정책 진단과 방향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A 교수는 기대와 다른 정책 패키지 방향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결국 정책 패키지도 필수의료과를 살리는 게 아닌 '갈 곳이 없어야 오는 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A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하고 싶은 분야로 만들어주길 기대했다"면서 "막상 정책 패키지를 보니 정부 인식조차 사람이 남아야 하러 오는 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나 좌절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B 교수 역시 정책 진단과 접근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인기과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경향은 리스크에 대한 회피라고 설명했다. 피부·미용·성형을 죽이면 필수의료로 올 것이란 기대는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
설령 고수익 영역에 대한 의료 지출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졌더라도, 조절한 비용을 어떤식으로 필수의료 영역으로 가져갈지에 대한 부분은 민감하게 다뤄야 하고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란 지적이다.
B 교수는 "필수의료라고 비급여가 없는 게 아니다. 일선 의사들 저항감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부딪쳐도 끌고 나가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현장에서 수긍하고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C 교수는 정책 패키지에서 의사에 대한 정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C 교수는 "정책 패키지에 나타난 정부 인식 근간은 의사가 돈만 밝혀 피부·미용만 하고 비급여로 부당하게 돈을 버니 쥐어짜서 정의를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라며 "필수의료는 피부·미용 때문에 망한 적 없다. 앞뒤가 바뀐 접근"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관점에서도 개원가 죽이기는 문제 해법이 아닐 뿐더러 또다른 문제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오늘 개원한 동료와 점심을 먹었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 간신히 시간을 맞춰 만났다. 그런 개원가가 망하면 환자가 다 어디로 가겠나. 결국 응급실과 대형병원"이라며 "일차의료도 살아야 선순환 구조가 되는데, 한 쪽을 쥐어짠다고 필수의료가 제대로 살아나겠나"라고 반문했다.
필수의료과에서 기대한 핵심 정책인 의료사고특례법 역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법 도입 전제조건인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 돈으로 산 물건) 필수의료'란 비판도 제기된다.
A 교수는 "제도를 만드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보험에 의무가입하면 정책에 필요한 세금 개념으로 보험금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필수의료를 '내돈내산'으로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B 교수 역시 "정부가 진정성이 있었다면 보험료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결국 보험료는 사법리스크가 큰 필수의료가 제일 많이 낼 텐데, 필수의료 살리기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를 보면 사고라도 나서 보험료가 할증되면 해당 분야 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영국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민사 합의로 해결하면서 의료소송 합의금만 조 단위로 지출하며 국가 재산을 갉아먹고 있다"면서 "정책은 제목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정책 패키지는 속 빈 강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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