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 의료 선두를 책임지고 있던 '빅5'가 절벽에 내몰렸다. 빅5에서만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의료파국은 더 이상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접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수일간 계속된 의료계 목소리는 줄곧 '정부 결단'이 '열쇠'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각살우…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
28일 오후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520명 사직서 일괄 제출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교각살우라는 고자성어가 떠오른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가 그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의미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의료개혁이라는 이름하에 강압적으로 추진된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필수진료 대들보인 대학병원과 수련병원 존립조차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 현 의료사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연쇄부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현 의료공백 사태가 속히 수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현 의료사태 속에 정부는 부디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하게 사태 해결에 나서 주시기 바란다. 의료공백사태 해결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특히 "정부는 바로 지금 전공의와의 조건 없는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27일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이 '전공의와 의대교수들께서 여러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대화가 이뤄지지를 않는다. 조건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셔야 한다'고 말한 것을 맞받아친 격이다.
의대교수 장기전 속 굳건…정부도 '대화하자. 흔들림 없다' 굳건
이같은 의대 교수들의 입장은 지난 10일을 전후로 사직 제출 분위기가 무르익은 이후 줄곧 유지돼오고 있다.
선도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고 나섰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지난 11일 비상총회에서 '진료 연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단계적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가톨릭대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고, 전국의대 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한 발씩만 양보함으로써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입장은 사직 결의가 발표된 이후 2주가 지나 본격적인 사직서 제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 방침을 결정한 이후 2주 만인 지난 25일 3차 비상총회를 열고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저희에게 사직서는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닌 정부와의 대화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즉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의대를 비롯해 연세대 의대, 울산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등 '빅5'와 연계된 의대교수들도 모두 '정부'를 향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같은 날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입장문에서 "의대정원 증원과 정원배정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대교수들이 20일 가까이 정부에게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 정부도 줄곧 의료계에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일관된 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28일에도 전병왕 중수본 총괄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 특정 직역 반대에 밀려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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