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길어지는 의정갈등에 5개월가량 월급을 받지 못한 전공의들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배의사 개별적 지원동력도 식어가면서 대한의사협회 차원 지원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만난 수도권 대학병원 A 전 전공의 대표는 전공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A 전 대표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공의들은 정부 업무개시명령 등에 발이 묶이며 의료기관이 아닌 과외나 알바를 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A 전 대표는 "저연차 전공의들은 학원 강사나 과외 등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수익이 급한 전공의들은 그런 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실제 한 대학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쿠팡 택배, 저녁에는 배달, 야간에는 대리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선배의사 지원 열기는 사태 초기에 비해 식어가고 있다.
당초 의정갈등 사태 초기 정부는 전공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며 의료계 지원을 주시하고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의협 차원 체계적 전공의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고, 의지가 있는 선배의사들만 음지에서 개별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지자 개별적 지원도 법적 리스크 우려나 개인적 사정,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A 전 대표 지역은 지원 규모가 사직 초기에 비해 15%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전공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의협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전공의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2024년 의대정원 증원 저지 투쟁 관련 New-normal 회복 사업'을 기획, 대의원회 의안 제출을 준비 중이다. 사업은 개별적 전공의 지원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의협 차원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15일부터 오늘(18일) 오후까지 SNS를 통해 의안제출 청원 서명을 받아 대의원회에 제안할 계획이다.
조 대의원은 사직 전공의 전체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인당 월 100만원씩 5개월간 지급 ▲인당 일시급 100만원 지급 및 의협 회원이 대상 전공의 채용 시 3개월간 고용장려금 명목 100만원 지급 등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첫 번째 방식은 대략 500억원, 두 번째 방식은 4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요 재정은 특별 기금을 조성해 확보하고, 올해분은 예산 용도 전환이나 대출 등으로 충당하자는 구상이다.
조 대의원은 "실현 가능성은 집행부 의지에 달려 있다. 집행부가 의지를 갖고 사업을 기획할 때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소요 재정은 달라질 수 있다"며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개발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제안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를 지원하고 있는 개원가 현장에서도 의협 차원 지원 시스템 마련 필요성 목소리가 나온다. 전공의 지원 의사는 있지만 마땅한 루트가 없어 지원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전공의를 지원하고 있는 한 수도권 내과 개원의는 "지원 중인 한 전공의는 같은 동네 선생님(개원의)이 전공의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개를 요청해 연결됐다"며 "고연차 전공의인데 과외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공부를 다시 해서라도 하겠다고 할 정도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공의들을 몰라서,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분들도 많다"며 "지원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 전 전공의 대표도 의협 차원 전공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선배의사 개별적 지원도 너무 감사하지만 의협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화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전공의들도 의사협회 회원으로서 보호받고 싶다.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면 공식적이고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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