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건립 중단, 여의도성모병원 구조조정 검토, 세종충남대병원 경영 위기 등 병원 경영난이 불거지고 있지만 대응책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정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 경영상태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고, 경영난은 지금 닥친 발등의 불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병원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방안에 대해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보건복지부)은 "우선적으로는 지금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병원들이 전반적으로 경영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 급여, 요양급여를 우선적으로 지급해서 단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구조적으로는 중환자 위주로 상당 부분 지금 전환돼 있는 병원들을, 그에 맞게 중환자 위주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입원료, 중환자실, 중환자의 수술 처치와 관련된 수가들, 응급 당직과 관련된 수가 신설 등을 지금 추진하고 있고, 그 내용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이런 대책들이 지원되면 병원의 경영상태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정화에 따라서 병원의 파산설이라든지 그런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개혁특위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경영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관점과 달리 의료계에서는 보다 빠르게 경영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시각이다.
같은 날 박종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전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구조전환을 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굉장히 장기적인 문제"라며, 기존 툴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의료진이나 병원 시스템들을 단계적으로 중증 질환 중심으로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장 급한 상급종합병원들,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은 단기적으로 시급히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전공의들이 나가서 어려운 상황에서 강제로 구조전환을 강요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힘들어진다. 때문에 지금의 경영난을 구조전환이 될 때까지 어떻게 지원해주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과 대응책을 보여주고 병원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부에서 말하고 있는 수가 개혁도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진행해야 한다. 수가구조를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을 위해 개편해야 된다는 이 사실만 가지고도 수년이 걸릴 문제다. 물론 단기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안 되게끔 면밀히 검토해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전 순천향대부천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을 구조전환 하려면, 일반 환자를 줄이는 것과 대비해 중증환자수를 늘렸을 때 수가가 맞아야 하는데 얼마를 늘여야 될지는 아마 복지부에서 계산을 했으니까 이러한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를 보고, 경증환자를 줄이는 방향성은 맞다. 그러면 중증 환자만으로도 병원이 유지될 수 있게끔 수가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 최소한 유지는 할 수 있어야지 적자가 나게 된다면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중증질환으로 구조전환 시 지방 상급종합병원 붕괴 우려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구조전환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방에 있는 중증 환자들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쏠림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경영난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비율을 유지할 수 없어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대학병원 교수도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중심으로 구조 전환을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정책이 병원경영난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무책임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증 위주로 구조가 전환될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 환자를 지방에서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기전이 없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들이 서울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간다면, 지방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율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피해는 지방으로 가게 된다. 경영난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던 지방 병원들, 거점 병원들이 무너지는 단계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 얘기로 하면 딱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상급종합병원들이 충분한 준비를 못한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제도만 바꿔버리면 과연 기대하고 있던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냐,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재정적 지원이 중요할 텐데 보상을 얼마나 충분히 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간다고 하는데 의료현장에서 중증 환자를 보려면 굉장히 집중해야 한다. 기존에는 전공의들이 환자 옆에서 밤을 새우며 집중적으로 해 왔던 업무들이다. 병원에서 시범사업 참여는 하겠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는 사람들이 아우성 칠 것이다. 중환자를 보는 교수들이 지금도 어렵게 버티고 하는데 중증환자들을 더 늘리게 되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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