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장 후보들에게 묻다! ③
2020년 초 코로나19 위급상황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비대면진료는, 2023년 6월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가다가, 올해 2월 전공의 사태로 인해 정부는 전격적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 이메일 등을 사용해 처방전을 송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방전에 의해 조제된 의약품은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이 가능한데, 재택 수령의 경우, ▲섬∙벽지 거주자 ▲취약계층(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를 기본 대상으로 하고 있고, 또한 약국을 방문해 처방전을 내고 복약지도까지 마친 환자가 배송을 원하는 경우 '약배달'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고, 일부 약배달(저는 '비대면투약'이라는 단어가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중요한 변화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을 확대하고, 의약업계에도 지속적인 디지털 변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한약사회장 후보들의 대안 없는 무조건적 "약배달 반대"의 태도는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의약업 환경과 시장 요구에서 약국, 약사를 소외시킬 위험이 다분히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약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혹은 기득권자의 저항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비대면진료나 비대면투약(약배달 포함)은 국민 건강에 대한 약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새로운 고민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약사들은 국민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KGMP에 의해 생산된 의약품이, KGSP에 의해 약국으로 전달된 후, 약사회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환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복약지도 및 사후관리 체계도 잘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즉, 약국에서 주도하는 약배달(비대면투약) 시스템을 잘 구축하여 고객이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하도록 논의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많은 나라들이 의료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전략으론 생존이 어렵다는 점은 여러 이웃 나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최대 온오프라인 소매점인 월마트와 공룡기업 아마존이 '처방약 당일 배송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약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월마트의 경우 내년까지 49개 주(州)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여 미국민의 86% 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혁신의 지연과 전통적인 사업모델(오프라인 중심)을 고수하는 미국 최대 약국체인 CVS는 올들어 주가가 28%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CVS와 함께 미국 양대 약국체인인 월그린 또한 올해 주가가 60%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원격의료시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코로나 위급상황까지 더해져 디지털 헬스, 비대면진료, 약배달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거물인 알리바바(알리건강)와 징둥닷컴(징둥건강), 핑안그룹(핑안굿닥터)의 의약분야 진출은 (초)고속 약배달 서비스까지 이르러, 기존 지역 로컬약국들은 자생력을 잃고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단순한 의약품 판매 매장 정도로 축소되었습니다.
일본 또한 비대면진료부터 온라인 복약지도, 일반약과 함께 처방약 배송까지 광범위하게 규제가 풀려 있고, 일본약제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본약제사회'가 환자에게 약배달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약국에서 취해야 할 행동지침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약국 내 부착하고 있다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약제사회' 처럼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약이 전달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 주관으로 [약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였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약배달(비대면투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과거 코로나 위급사태 때 약사 사회의 약배달 거부로 약배달 앱을 급격히 키웠던 사례나, 현재 제주와 전북지역 군부대, 전남 신안군 등 섬,벽지 격오지에서 비대면진료와 약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건지요.
약배달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님들!
정말 약배달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약사회에서 반대만 하는 동안 중국 처럼 디지털 플랫폼 회사가 약배달 주도권을 가져갈 경우 약국은 결국 조제만 하는 곳, 매약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대한민국 약국의 미래가 끔찍합니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하거나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새로운 도전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존 나아가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합니다.
대한약사회 후보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기고] 디알엑스솔루션 박정관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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