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㉙] 의료대란 여파 응급실 논란…의정 입장차 확연

[테마로 보는 의료계 결산] 공보의·군의관 파견 등 땜질식 처방 비판
政, 추석명절비상대응주간 운영에도 진료 제한 메시지 폭증
의료계·시민단체, 미봉책 '그만'…근본대책 촉구
"추석 잘 넘겼다고 해도 내년에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30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의 의료개혁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응급의료현장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응급의료현장을 바라보는 의료계 및 야당, 정부간에는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대책에 대한 시각도 다르게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추석연휴기간 응급실 진단에 큰 시각차를 보였다. 정부는 추석연휴기간 응급실 대응에 대해 큰 혼란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의료계와 국회 야당은 정부가 추석연휴는 물론 현 응급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못해 땜질식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고 질타했다.

◆ 政,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 운영…의료계·야당, 장시간 연속근무 등 현장혼란

정부는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응급의료전달체계 강화, 응급실 진료 역량 향상, 후속 진료 강화 등 강도 높은 응급의료 집중 지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석(17일)이 지난 9월 18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통해 추석응급실 상황에 대해 "응급실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며 "연휴 전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큰 혼란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은 일평균 8743개소로, 기존 계획했던 7931개보다 812개소(10.2%) 많았다. 특히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 환자 수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경증 환자는 지난해 추석 대비 39%, 올해 설 대비 33% 감소했다.

추석명절 대응주간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9월 2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41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국민들의 협조, 의료진의 헌신,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이 모아져 큰 어려움 없이 (추석)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의료계와 국회 야당의원들의 추석 응급실 진단은 다르게 나타났다.

9월 2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12시간 연속근무한 의사들이 약 70%에 달하는 등 혹독한 근무환경 속 사직을 결심한 의사들의 의향을 밝힌 설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했으며, 15명(16.9%)은 16시간 이상, 이중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의교협은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직 의향을 물어본 질문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1.7%이 실제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도 추석연휴 정부의 응급실 진단이 잘못돼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제출받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진료제한 메시지 표출현황'를 통해 밀려드는 환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사로 인해 진료제한이 전국에서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선민 의원은 "전국 응급실이 추석연휴 동안 인력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총 645건 접수했으며, 이는 지난해 추석 대비 약 70% 증가한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도 "복지부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 응급실에 대해 큰 혼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진료를 해야 하는 의사들의 혼란은 지난해 추석연휴 때보다 더 많았음을 진료제한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아픈 국민들에게 응급실을 가지 말라고 응급실 진료비를 올려가며 겁박을 할 것인가. 무리한 의대증원 확대로 인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사들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응급실 위기를 지적했다. 양 의원이 10월 3일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 동안 환자 재이송건이 총 259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재이송 건수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구급대가 재이송한 사례를 보면, 한 차례 타병원 이송은 240건, 두 차례 재이송은 10건, 세 차례 재이송은 3건, 네 차례 재이송도 6건이나 된다. 지난해 세 차례, 네 차례 재이송건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의료진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 의료계·시민단체, 땜질식 정책 '그만'…근본대책 내놔야

정부가 추석연휴 응급의료 집중 지원대책을 위해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을 지정해 운영하면서 내놓은 방안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식 미봉책일뿐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환자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타스(KTAS) 1, 2에 해당하는 환자를 진료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KTAS 3 이하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진료하지 않더라도 진료거부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응급실 경증환자 본인부담금을 90% 인상, 공보의·군의관 응급실 파견, 권역센터의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정책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면서 군의관이거나 공보의인 숫자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와서 도움이 될 만한 숫자가 안 된다. 시스템이나 병원별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병원 적응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PA간호사 배치 역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교육을 받고, 대학원 이상 수료한 사람들이 다시 의학교육을 약 1년 이상 받았을 때 준의사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게 원래 PA제도인 데 추석연휴기간 파견된 진료지원간호사는 그런 교육 준비 없이 현장에 투입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도 정부의 추석연휴 대책에 돈으로 때우는 방식의 미봉책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은영 회장은 "정부에 국가운영의 책임을 맡긴 것은 국민이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근거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체계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이 낸 세금을 쓰면서도 국민에게는 설명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 응급의료 상황보다 앞으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건엽 경북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은 '응급의료 배후진료 역량 강화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추석이라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내년 3월에 신규 전문가 배출돼야 하는데 현재는 없다. 그러면 내년 3월까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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