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㉞] 목소리 커진 중증 아토피 교체투여 요구

의사-환자 "생물학적 제제-JAK 억제제 스위칭 허용" 강조 
한국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해당 내용 담기도 
국감서도 현행 급여기준 문제 지적…심평원도 개선방안 착수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12-31 05: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들의 교체투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 해였다. 

아토피 치료제에 반응하는 환자들이 제각각이고, 관련 신약인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모두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 만큼, 관련 급여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의료 전문가 및 환자들은 최적의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선 생물학적 제제-JAK 억제제 교체투여 및 계열 내 교체투여까지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와 관련한 올해 주요 쟁점들을 입장별로 정리했다. 

교체투여 급여 불인정한 복지부  

국내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서 쓰이는 신약은 모두 5종이다. 생물학적 제제인 사노피 '듀피젠트(두필루맙)'와 레오파마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2종과 JAK 억제제인 애브비 '린버크(유파다시티닙)', 화이자 '시빈코(아브로시티닙)', 일라이릴리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3종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승인을 받은 생물학적 제제 릴리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도 내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들 치료제들은 모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치료 기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아토피피부염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이면서다. 하지만 교체투여에 따른 급여 인정은 못 받고 있다.     

급여기준을 바꾸기 위한 투약 기간, 용량 변경 등 세부적인 임상 데이터가 아직까지는 불충분하다는 게 보건복지부 판단이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지난 4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생물학적제제 및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에 대해 급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단일 계열 약물 간 교체투여에 대해서도 급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토피학회, 교체투여 권고 가이드라인 개정 

교체투여 불가 방침에 국내 아토피 치료 전문가들은 더욱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 트렌드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를 동시 권고하는 데다 서로 다른 반응률을 보이는 만큼, 교체투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토피는 환자 면역학적 이상과 피부장벽기능 이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즉, 환자 개인마다 염증 신호 전달 경로에 영향을 주는 사이토카인이 다르다.
   
그렇다 보니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더라도 효과와 부작용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지난 7월 '2024 한국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발표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선 중등증 이상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생물학적 제제 혹은 JAK 억제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임원들은 지난 7월 한국애브비 주최로 열린 아토피피부염 최신 치료 지견 기자간담회에 나와 교체투여 급여 기준 개선을 강조했다. 
(사진 좌측부터) 양산부산대병원 고현창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
정치권까지 아토피 교체투여 요구 나서  

중증 아토피 교체투여 문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거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중증아토피피부염연합회 박조은 대표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교체투여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다른 약제로 교체 시 건강보험과 산정특례 적용이 불가해 연간 최대 1700만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될 처지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신약들이 출시돼도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실제로 환자가 처음 선택한 딱 한 가지 약인 셈"이라며 "심한 부작용 또는 효과가 없어도 치료제를 변경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급여와 산정특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치료를 중단하고, 상태를 악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진숙·서미화(더불어민주당), 김예지(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진숙 의원은 "중증 아토피피부염 교체투여가 허용돼야 한다"며 "환자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충분히 듣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적극 검토에 나섰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체투여와 관련) 지금 근거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심평원에서도 적극 검토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교체투여 여부 곧 결론…시장판도 변화는?

이후 교체투여 여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지난 11월부터다. 관련 아토피 치료제들을 판매 중인 제약사들이 심평원에 재정영향분석서를 제출하면서다. 재정영향분석서에는 급여 확대에 따른 약가 인하안을 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심평원과 관련 학회가 간담회를 가지면서 교체투여 여부를 논의한 것에 더해 업계까지 움직인 셈이다. 교체투여 기준을 만들어 가는 상황에서 향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재정영향까지 제약사들이 한 발 양보하는 모양새다. 

시기가 문제일 뿐 교체투여는 결국 이뤄질 거란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교체투여 인정 횟수 여부는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평원이 교체투여 인정 횟수를 한 번만 허용할거란 얘기가 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국내 아토피 치료 시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현재 국내 아토피피부염 보험급여 시장은 듀피젠트가 장악하고 있다. 사용대상이 가장 넓은 데다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교체투여를 금지하는 현행 급여 기준상 가장 고가의 치료제가 처방될 수밖에 없다. 듀피젠트의 한 달 약가는 약 140만원이지만, 다른 약제는 월 50~80만원선이다. 

다른 약제를 우선 사용하더라도 치료에 실패한다면 결국 듀피젠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 계열 약물과 상관없이 급여 기준을 1회만 스위칭할 수 있도록 하는 급여기준안을 만들고 있다 들었다"면서 "그렇게 되더라도 듀피젠트를 최우선 옵션으로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판도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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