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 주도하의 의사 면허 관리가 아닌 의사 주도의 면허관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문적인 의사면허 관리가 실현될 경우, 의사의 지식과 기술 유지를 감독해 의학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적 심사가 이뤄질 수 있어서 의사 직역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3일 의료정책연구원 이얼 부연구위원은 의료윤리연구회 연자로 참석해 '영국의 의사 면허관리 현황과 시사점'을 발제로,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얼 부연구위원은 영국의 면허관리기구인 GMC(General Medical Council) 사례를 들며, "GMC는 의사면허 등록, 진료면허 발급, 취업신고 보수교육을 진행한다. 또 환자의 불만 및 동료의 제보가 접수되면, 조사하고 직무 적합성 판단을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 징계 의뢰를 한다. 동료 평가에 기반한 재검증을 통해 의사의 지식과 기술 유지를 감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GMC 운영을 위한 이사회는 의사 6인, 비의사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운영 재원의 대부분은 의사가 지불하는 등록비, 수수료 등이다. GMC에는 1662명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의사 등록 및 등록부 관리를 주 업무로 하면서 의사인력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또, 환자의 불만 및 동료 제보를 접수해서 조사하고, 직무 적합성 판단을 한 다음에 문제가 있으면 징계 의뢰를 한다.
특히 GMC 산하 징계재판소인 MTPS(Medical Practitioners Tribunal Service)는 의사 징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GMC와 분리, 독립적 업무를 수행한다.
이얼 부연구위원은 "MTPS는 대중의 안전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기준으로 자격정지, 면허취소, 등록 삭제 등의 권한을 갖는다"며 "우리나라 면화관리체계는 보건복지부에서 면허발급 및 등록을 하고, 민원 발생시 사실조사는 보건복지부, 심평원, 보건소에서 진행한다. 자격정지 및 면허취소는 행정처분심의 위원회, 복지부에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의료법 또는 의사법을 보면 의사 맞춤형 면허관리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의료유사 업자, 안마사까지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어 효율적인 의사면허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면허관리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 중인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가칭)면허관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얼 부연구위원은 "의협은 매 3년 의사취업현황 등의 신고를 받게 돼 있고, 보수교육 관리, 윤리위원회를 통해 의료인 품위 손상 행위에 한해 자격 정지 처분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사와 관련한 민원을 의협 산하 면허관리원이 받는다면, 의사와 관련한 행정처분 심사를 진행해서 종결한다거나 범죄와 관련 됐을 때는 관련 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아울러, 민사적 의료사고 같은 경우에는 배상공제조합과 연계해 민사 책임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의사면허 관리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의료전문직 자율규제, 윤리 등에 관한 의료계 내부 인식 확산, 보건복지부와의 협업 방안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의료윤리연구회 참석자들은 의사면허관리원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의사면허관리원 설립 기틀을 마련하고 운영하기 위해 정부의 행정적 지원을 받되, 주요 업무는 의료계가 담당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명진 의협 폴리시(KMA POLICY) 법제윤리분과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면허관리원 운영을 위한 행정력은 있으나 전문성이 없고 통치기구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 의협은 전문성은 있지만 국민들이 봤을 때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행정력이 부족하다. 영국 GMC 근무직원만 봐도 1600명 이상이다. 그렇게 본다면, 같이 가야 된다는 것으로 본다. 정부가 사무업무 관련 직원 파견을 지원해 주고, 계획 등 중요 업무는 의사가 담당하는 형태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면허기구의 운영은 의사들의 편의성이 목적이 아니라 의학전문성을 지켜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면서 "자율적 면허기구를 설립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계, 국민, 정부가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인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 재원과 관련해 정부 지원 가능성이 낮은 만큼, 면허 갱신 비용을 활용하는 등 자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에서 자율적 면허관리기구에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에 희박하다고 본다. 때문에 자체적인 재원 조달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의협 회비는 안 내더라도 외국처럼 면허를 갱신할 때 비용을 납부하도록 해 의사면허관리기구를 출발시킬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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