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 적응증 치료제, 정체된 급여‥새로운 약가제도 절실

'적응증 기반 약가제도' 필요성 커져‥약가 결정 및 조정 제도 손질 관건
'기금화 제도'도 기대‥최근 복권수익금 활용하자는 법안 발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0 05: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다중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가 증가하고 있지만, 급여 적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그로 인해 초기 적응증에 비해 후발 적응증의 경우 비급여로 남거나 급여 신청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응증 기반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IBP)'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기금화 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제도는 급여 적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이들 치료제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제약사들은 각 적응증에 대해 급여를 받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거쳐 비용-효과성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적응증의 가격이 해당 약제의 전체 급여 등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급여를 받으려면 글로벌 대비 치료제 가격을 상당히 낮춰야 한다. 한 적응증에 급여를 받았다고 해도 추가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추진하려면 가격을 계속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국내에서 16개 암종에 총 34개의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지난 3년 동안 추가 적응증에 대한 급여 신청이 있었지만, 새로운 재정분담안을 제출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또한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ADC 항암제 '엔허투(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의 급여 확대 여부도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엔허투는 국민 청원과 성명서 발표 등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다. 이에 제약사는 치료제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신속한 급여 적용을 추진했다.

실제로 엔허투는 신약 급여 등재에 활용되는 외국 약가 참조국 A8(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캐나다) 중에서도 국내 공급가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엔허투는 지난해 HER2 양성 유방암과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에 급여 적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엔허투는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과 HER2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는 이미 크게 낮춘 가격으로 추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약가 제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과 기존 약가 제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적응증 기반 약가제도(IBP)'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IBP는 ▲함량 등을 달리한 제품을 별도로 허가하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 ▲동일 제품의 적응증별 실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후 보험자와 제약사 간에 정산하는 방식 ▲적응증별 상한금액을 달리 책정해 유통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될 수 있다.

영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는 다중 적응증 약제에 대해 적응증별 비용 효과성이나 사용량을 고려한 IBP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IBP를 시행하려면 품목 허가 제도와 약가 결정 제도, 약가 정산, 유통 관련 제도 및 관행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단일 보험 체제를 운영하는 국내에서는 적응증별 환급률을 달리 운영하기 위해 대대적인 정비가 요구된다. 별도의 상병 코드를 부여하거나 환자에게 환급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더불어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금화 제도'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혁신 신약의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결정의 원칙인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하므로, 기금화 제도의 도입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 관리, 질환별 형평성, 소요 재정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지난해 12월, 복권 수익금을 건강보험공단에 배분해 희귀·중증 질환자의 치료비 지원에 활용하자는 내용을 발의했다. 이는 고액의 치료비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복권 수익금을 활용해 보험 재정을 확충하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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