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대 '마약류관리자 의무 배치법', 당국 신중론 더해져

식약처 "이해관계 첨예, 종합검토 필요"-공정위 "신중해야"
정신과醫 "진작 위기인 지방의료, 마저 죽이는 셈"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2-22 05:5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반발을 산 마약류관리자 의무 배치법에 관계당국까지 신중론이 더해지고 있다. 이해관계자 대립이 첨예하다는 우려와 소규모 의료기관 현실을 감안해 신중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21일 국회 마약류 관리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극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된다.

의료기관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법안소위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속도감 있는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관계당국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마약류관리자 지정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마약류관리자 배치를 의무화하고, 의원급도 총리령 기준 이상 마약류를 투약·처방하려면 배치하도록 하며, 향정신성의약품만 취급하는 경우에도 예외 없이 배치토록 하는 내용이다.

마약류관리자는 의료기관에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조제·수수와 관리 책임을 지는 약사다. 현행법은 '4명 이상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종사하는 의료기관'으로 배치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의무 배치 수준으로 강화하는 셈이다.

복지위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에서 개정 취지엔 공감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하나의 기관에서 처방하는 의료용 마약류 건수·분량이 많고, 의원급 의료기관도 처방량·건수가 많은 기관에선 마약류 관리 필요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관리 사각지대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다.

다만 의료현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진료과목에 따라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지만 이 같은 고려 없이 영세 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배치를 의무화한다면 과도한 비용부담이 발생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신건강의학과다. 진료과목 특성상 정신작용에 관여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많이 취급하고, 다른 과와 달리 많은 의원이 원내처방을 하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그러나 개정안처럼 처방량만 기준으로 규제할 경우 진료 위축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약사는 숫자가 한정된 전문인력이자 비교적 고액 보수를 지급해야 해 대상 의료기관에 모두 고용될 만큼 충분한지 의문이란 점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도 반대 의견에 목소리를 더했다.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할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인력 배치가 어려워 마약류 처방을 기피할 경우 환자 치료와 의료전달체계까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다. 의원급이 마약류 처방을 기피하게 되면 뇌전증, 우울증 등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 환자 의료 접근성과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병원약사회는 찬성하고 있다. 마약류 사용량 증가와 오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대두로 마약류관리자 역할과 업무가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기관 종사 약사 정원을 규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2010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의료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병원약사는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마약류관리자 인력 배치기준 강화와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업무 전담인력 확보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이해당사자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계당국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란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해관계자 입장 대립이 첨예하게 대립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마약류 관리 강화란 취지엔 공감하나, 신중한 규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소규모 의료기관은 약사 인력 부족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 경우 영업활동이 제한되는 등 부담이 될 수 있어 총리령에서 기준을 정할 때 소규모 의료기관 현실을 감안해 신중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 개정안과 가장 맞닿아 있는 당사자인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정신과의사회는 이미 의사 1인이 근무하는 의원조차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매일 마약류 처방을 보고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전산 관리 미비로도 보건소 불시 점검을 받거나 미보고나 지연보고가 이뤄질 경우 행정처분을 받는 등 자정작용과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 소외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원급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군단위 정신과 의원에서 약사 고용을 못해 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면, 진작 위기인 지방의료를 마저 죽이는 셈이란 지적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1차의료기관에 약사를 두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마약류 관리자 역할을 약사에게만 부여하는 나라는 없으며, 법적인 의원 총책임자인 의사가 마약류관리를 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정신과의사회는 "개정안을 오롯이 감당하고 시행할 일선 의료 단체와 협의도 없었고 의료 현실과 국민건강 영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법안"이라며 "지방의료와 1차 영세 의료기관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비현실적 법안이다.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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