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더블링(Double-ing) 문제' 해결을 위해 6개월 단축 교육, 실습 일정 조정 등의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의료 교육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블링(Double-ing)이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휴학했던 기존 학번 학생들이 복귀하면서, 증원된 신입생들과 같은 학년에 몰려 수업을 듣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2024학번 학생들이 복학하면 2025학번 신입생들과 같은 학년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실습도 함께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의대 교육은 실습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 수가 급증하면 실습 공간과 교수진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6개월 단축 교육(5.5년제)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실습과 수련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을 확대할 경우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고 3월 개강을 앞둔 의대들은 신학기 준비에 나섰지만, 기존 휴학생들의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고 신입생들의 수업 참여 역시 확실하지 않아 학사 운영 차질이 우려된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2월 중 발표 예정이었던 '2025학년도 의과대학 교육 내실화 방안'을 다음 달로 연기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개강을 앞두고 휴학 중인 의대생들과 25학번 신입 의대생들의 수업 과밀 우려 등을 해결하기 위해 2월 내로 관련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발표 연기로 대책 마련은 더욱 늦어지게 됐다.
의료계와 대학들은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개강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래 의대는 의예과(2년)와 의학과(4년) 과정으로 나뉘는데, 대다수 의대는 학사 운영상 1∼2월 개강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로 개강이 3월로 연기됐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복귀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일부 대학은 3학기 연속 휴학을 학칙상 금지하고 있어, 복귀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거 유급되거나 제적될 가능성이 있다.
25학번 신입생들이 수업에 정상 참여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 대다수 대학에서 1학년 1학기 휴학을 학칙상 금지하고 있지만, 작년에도 신입생들이 수강신청을 해놓고 실제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설사 학생들이 복귀하더라도 실습 교육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대 실습은 교수진과 환자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과정이므로, 학생 수가 급증하면 실습 기회가 제한된다.
학생들이 복귀할 경우, 2029년 하반기에는 1만 명이 넘는 본과 3·4학년이 동시에 실습을 나가야 한다. 이는 기존 실습 병원의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필수의료분야 의대생 실습 지원사업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일부 실습 기관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사물함, 실습실, 강의실 등)이 부족한 상황이며, 외상센터와 같은 특수 실습기관에서는 독립된 실습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학생 수가 증가하면 교수진의 부담도 커진다. 보고서에는 현재도 실습 지도 교수진이 부족해 개별 지도가 어려운 상황이며, 교수 지원비가 부족해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실습 병원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계없이 기존 교수진만으로 실습을 운영해야 하는 구조라, 단기적으로 교수진을 늘릴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교육·의료계와의 협의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의학교육 부실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서면 질의 답변을 통해 "교육부에서 작년 9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방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2025년 의대 교육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 대책이 잘 수립돼 작동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습 병원 및 교수진 충원, 수련 환경 개선 등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현재와 같은 혼란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의료 교육의 질 저하와 전공의·의대생 유출로 인해 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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