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는 지금 의대 정원 확대 갈등과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편 등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참여율 저조로 일차의료의 강화가 어려운 상황이며, 내시경 교육을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9일 춘계학술대회 제53회 연수강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의료계 현실을 토로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촉구했다.
가장 먼저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인력 수급 문제는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차의료와 지역 의료의 강화를 위한 명확한 계획 없이 정원 확대만 논의됐기 때문이다.
유승호 공보이사는 "정부의 의대 정원 논의는 수치상 증가에 매몰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인력 배분과 의료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대책 없는 증원만으로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잘못된 필수의료 정의가 오히려 기존 일차의료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의사 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일차의료 및 개원의들의 역할을 넓히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최근 교육부가 의대 정원 동결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큰 신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강태경 회장은 "교육부가 의대 정원 동결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정부 측이나 국민들도 저마다 입장이 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곧 수급추계위원회가 설치되겠지만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뚜렷한 게 없는 상태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건지, 현재 권한대행이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젊은 의사들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저조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경우,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 관리사업은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만성질환 환자들이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며, 2024년 9월 본사업 전환 이후 중도 탈락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본인부담면제 삭제, 검진바우처 중단 등 행정적 부담, 낮은 수가, 환자 관리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낮은 수가는 개원의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적 절차 역시 복잡해 개원의들이 참여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도 부족해 프로그램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유 공보이사는 "개원의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보험 개편과 비급여 관리 강화는 너무 급진적인 정책이라고 진단됐다.
새롭게 도입되는 5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경증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중증 비급여만 실손보험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도수치료, 비타민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고 보험금 지급이 많은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이 전면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관리급여 항목이 신설될 예정이다. 관리급여는 가격과 진료량을 제한하고 본인부담금을 90%까지 높여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항목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비급여 중에서도 진료비 규모가 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영양제 주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 도입으로 관리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제한될 경우, 개원의들의 진료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특정 과의 경우 경영 생존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유 공보이사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배 총무부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부작용을 꼬집었다.
김 총무부회장은 "갑자기 급선회하듯이 정책을 바꾸면 특정과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 생존권에도 위협을 받는다. 의대 정원 사태처럼 급격한 정책 변화의 부작용은 전국민이 다 체감한 상태다.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신중하고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의 행정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의료 접근성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유 공보이사는 "실손보험 개편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한다지만, 급진적인 개편안을 볼 때 실제로는 국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사보험회사들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급여 관리 강화와 실손보험 개편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외면하고, 환자 중심에서 벗어나 단순한 비용 절감 정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가정의학회의사회가 주장하고 있는 내시경 교육의 검진 평가 인정 문제도 남았다. 올해 확정된 5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에 따르면 내시경 인력 평가와 관련된 기준이 변경됐는데, 4주기 평가 때와 달리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외과학회의 내시경 인증의도 기존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내시경 인증의와 동일하게 내시경 시술 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서류로 인정받게 됐다.
다만 연수교육 평점은 기존과 같이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만 인정된다.
유 공보이사는 "국가암검진 내시경 평가 부분에서 교육 인정 기준이 불합리하게 설정돼 있다. 내시경은 일차의료에서, 특히 검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이기에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은 내시경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내시경 교육과정 인정은 특정 과를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이 내시경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타과 대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모든 개원의들이 교육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면, 내시경 교육과정 인정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조정해 교육의 폭과 깊이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경 회장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5주기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암검진 내시경 교육 인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유관 학회·의사회·기관들과 소통하고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내 해결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유관 기관 관계자들에게 설명했을 때 대부분 의사회 주장에 상당 부분 수긍했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3년 내에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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