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인프라 격차가 누적되면서 지방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의료 공백이 커질수록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되고, 이는 다시 지방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 시니어 의사 활용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의료진 정착을 위한 유인책과 사법 리스크 완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 의료 붕괴를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인해 지방 국립대병원의 의사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 탓에 지방 병원의 필수의료 인력난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발표한 국립대병원 의사 모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의대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 취업률은 58.4%에 달했다.
국립대병원의 최근 3년간 의사직(전공의 제외)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4년 8월 말까지 총 4356회에 걸쳐 8261명의 의사직 모집공고가 나왔지만, 총 응시인원은 4089명으로 응시율은 49.5%에 그쳤다. 이 중 병원에 채용된 의사는 3588명이었으나,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의사는 1963명에 불과해 국립대병원들이 의사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필수의료 접근성 차이는 중증 질환 치료와 생존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생존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HIRA 지역보건의료진단 기초연구(의료자원의격차중심으로)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심혈관질환 전문의가 부재한 지역은 7곳, 뇌혈관질환 전문의가 부재한 지역은 4곳이었다. 또한 심혈관질환 전문의가 있지만 수술 실적이 없는 지역은 4곳, 뇌혈관질환 전문의가 있지만 수술 실적이 없는 지역은 5곳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격차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와 같은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지역 필수의사제'다.
이 제도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에게 월 400만원의 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및 교통비 등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4개 광역 지자체에서 총 96명의 전문의를 배치할 계획이며, 채용과 연봉 계약은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이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 번 지방에 남아볼까라고 고민할 수는 있지만, 전문의들이 얼마나 지역에 정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방 의사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병원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장기 계약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정부는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퇴직했거나 퇴직 예정인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지역 보건소,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료 현장에서는 "퇴직한 전문의를 다시 현장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속가능한 필수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이 지방에서도 필수의료를 전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지방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인력 확충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안정적으로 필수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분석이다.
심평원 연구팀은 "보건의료서비스의 균등한 접근과 질 보장은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의료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의료자원량과 수준의 불균형, 의료전달체계 미확립 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보건의료자원의 수준과 의료이용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의료취약지역을 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보다 효율적인 의료자원 배분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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