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국민"…남발되는 '업무개시명령'에 폐지론 확산

퇴사자·휴가자까지 명령 대상‥"의료법 59조, 헌법 가치와 충돌"
사전 통보도, 의견 청취도 없이…"절차 빠진 명령은 사실상 협박"
"폐지 주장만으론 역풍 가능성…국민과의 공감 선행돼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4 05:56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유영 비상대책위원, 의료정책연구원 김형선 부연구위원, 한국의료법학회 김소윤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의료인의 집단행동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반복적으로 발동하자, 의료계와 법조계 모두 의료법 제59조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조항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실제 의료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제도의 법적 타당성과 실효성, 폐지 가능성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의료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에는 업무정지 15일이 부과된다.

의료계는 해당 조항이 특히 지난해 2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적용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와 교수, 의대생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해 연이어 명령을 발동했고 그 대상에는 퇴사자나 출산휴가 중인 전공의까지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이날 포럼에서 사직 전공의이기도 한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유영 비상대책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정부가 출산휴가 중인 전공의나 오프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까지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며, 명령 대상자의 개별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발동된 행정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은 이러한 방식이 의료인을 단순한 행정 대상이 아닌, 헌법적 권리를 지닌 국민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법을 도구로 삼아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강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는 의료인의 자율성과 사명감을 왜곡시켰고, 국가와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업무개시명령이 의료인의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결국에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의 폐지는 단순히 의사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도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명령이 사전 통지나 의견 청취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지고, 명확한 사유 제시 없이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등 행정절차법상 기본적 보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당시 복지부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전문의 취득이 늦어지거나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했다. 이 같은 방식은 사실상 협박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와 법조계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의 비교를 통해 의료법의 미비점을 부각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경우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 ▲국회 상임위 보고 ▲명령 기간 30일 이내 제한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의료법 제59조는 이 같은 민주적 통제 장치가 전무하며,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명령이 내려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의료정책연구원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통제 규정"이라며 "정작 그것을 견제할 장치는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형법이나 기존 의료법 내에도 진료거부, 휴·폐업에 관한 다양한 규제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굳이 이 조항이 별도로 존재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의료법학회 김소윤 회장은 의료계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도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 등 복지부가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수업 거부를 막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의료계가 의료법 제59조 폐지를 주장하지만, 정부가 되려 해당 법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의료계의 생각과 태도가 집단이기주의적으로 비춰진다면 결과적으로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의료계의 입장이 자칫 국민에게는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의 의사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집단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국민과의 공감과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며 "제도 비판을 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의료계의 태도 변화도 함께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퇴사한 전공의도 복귀 명령?"‥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절차·범위 논란

"퇴사한 전공의도 복귀 명령?"‥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절차·범위 논란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전공의처럼 근로계약이 종료된 집단에까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법조계의 우려가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3일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현행 제도의 법적 한계와 개선 필요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절반 4900명에 면허정지 사전통지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절반 4900명에 면허정지 사전통지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중 절반 이상에게 면허정지 사전통지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1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의사 집단행동 상황이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정확히 도달된 후에도 미이행까지 확인된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까지 4900명 이상 전공의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가 발송됐다. 8일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2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

政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3개월 면허정지 처분 불가피"

政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3개월 면허정지 처분 불가피"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가 출근 거부에 나선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예고하고 나섰다. 행정처분 대상을 순차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29일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 대한 점검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945명, 전체 소속 전공의 중 72%인 것으로 집계됐다. 3월 1일부터

"전공의가 반국가 단체냐"…醫, 업무개시 전담팀 비판

"전공의가 반국가 단체냐"…醫, 업무개시 전담팀 비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후 전공의 파업 시 업무개시 명령을 위한 병원 전담팀을 꾸린 데 대해 '소탕 작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강원도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와 개원가 소탕 작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지난 6일을 의료계 사망선고일이라고 명명했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원도의사회는 "국민건강을 지켜야 할 의료정책 결정을 군사작전 하듯 소집 하루 전 일정을 잡고 긴급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 현재 정원의 65%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