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도 지금과 같을 것"‥의료개혁서 배제된 '중환자의료'

중환자의학회, 의료개혁의 맹점 짚어‥"병상 확충이 아닌 질적 도약 필요"
중환자 전담인력 양성·표준화·다학제 진료체계 구축 등 제도 개선 촉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5 10:35

2025년 대한중환자의학회 기자간담회.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의료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작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은 정책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순한 병상 수 확충에 그친 현재의 중환자의료체계로는 결코 선진국 수준의 진료에 도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일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환자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이제는 병상 숫자를 넘어 진료의 '질'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학회는 중환자 진료에 대한 포괄적 접근과 개혁안은 이 과정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정작 현장에서는 '최소 기준'만 충족시킨 채 중환자실 병상 수만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며 "단순한 병상 확충이 의료개혁의 본질일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중환자실 병상 확대와 장비 보강 등 양적 팽창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위기 상황에서의 일시적 기반을 마련했을 뿐, 중환자의료의 본질인 '질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학회는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의료체계가 ▲전담 전문인력의 절대적 부족 ▲진료 표준화의 미비 ▲다학제 협진의 한계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실제 치료 수준은 국제 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중환자 진료는 병상과 장비 숫자로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의료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개입과 함께 ▲ 중환자의료 전담 전문인력의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 ▲ 전국 단위의 중환자 진료 표준화 및 질 관리 체계 수립 ▲ 다학제 협진과 재활 연계를 포함한 통합 진료체계 구축 ▲ 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예산 지원 강화 등 개혁 과제 이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회 관계자는 "중환자실은 감염병 유행 등 사회적 의료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의료체계의 마지막 보루가 돼 왔다"며, "이번 의료개혁에서 중환자의료체계가 제외된다면 최소 10년 이상 지금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정부와 보건당국이 위기 때만 일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시에도 지속 가능한 중환자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숫자 아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 기반 마련이 이제는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학회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중환자의료체계가 병상 수 확장을 넘어 질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한림대성심병원, 중증환자 집중 진료 '중환자의학과' 출범

한림대성심병원, 중증환자 집중 진료 '중환자의학과' 출범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중환자의학과'를 신설해 지난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최근 고령 및 암, 중증수술환자 증가에 따른 안정적인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중증환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의료진을 구성해 진료와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등에서 중환자 진료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중심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구성했다. 향후 외과, 순환기내과 등 의료진을 충원해 총 10명 이상의 전문의를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중환자의학과는

복지부, 병원 중환자실 실태 정보수집 올해 상반기 착수한다

복지부, 병원 중환자실 실태 정보수집 올해 상반기 착수한다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의료기관 중환자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 착수할 방침이다. 27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중환자실 관리체계 마련사업 운영을 대한중환자의학회에 위탁했다. 중환자 관리체계 마련사업은 병원별 중환자실 역량을 파악해 최종적으로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복지부는 운영 위탁에 따라 추후 학회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30여개 병원에 자료조사를 위한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 총 예산 13억원 중 10억원은 인건비

중환자실 부족, 일반병동엔 한계‥'준중환자실' 필요성 대두

중환자실 부족, 일반병동엔 한계‥'준중환자실' 필요성 대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병원들이 중환자실(ICU) 병상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치료가 끝나지 않은 환자들을 조기에 일반병동으로 전실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병동에서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관리하기 어려워 의료진과 보호자의 부담이 커지고, 일부 환자는 예기치 못한 합병증으로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에서는 중환자실과 일반병동 사이의 '준중환자실(IMCU, Intermediate Care Unit)'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