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던 '췌장암'. 이 암에 사용할 치료옵션조차 적다는 점은 하나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췌장암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세르비에의 '오니바이드(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가 2차 치료제로 효과를 입증하면서부터다.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항암요법 이후 진행된 환자에서 플루오로우라실 및 류코보린과 병용해 사용된다.
젬시타빈 치료는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췌장암 또는 국소진행성 췌장 환자의 1차 선택요법 및 보조요법으로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사진>는 1차 치료 후 오니바이드의 2차 사용으로 2년 이상 생존한 환자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순차치료(Sequencing)'라는 개념이 도입됐다고 바라봤다.
이제 남은 것은 급여다. 췌장암에서도 장기적 후속 치료가 가능하도록 '접근성'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 '췌장암'은 왜 그동안 소외받았나
췌장암이 국내 10대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못한 암으로 여겨지는 것은 '생존율' 때문이다.
2013~17년 5년 췌장암의 상대 생존율은 12.2%로 2011~15년도 10.8%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 70.4%보다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암이 췌장과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이된 경우(원격, Distant)에는 5년 상대생존율이 2.1% 수준이다.
췌장암은 특징적으로 증상이 없고 조기진단이 어렵다. 복부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췌장의 특성상, 증상이 다른 소화기 장애 증상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일반적으로 다른 암종은 외과적 수술도 고려할 수 있지만, 췌장암은 80%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 상태에서 진단이 된다.
전 교수는 "췌장암은 보통 환자의 2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며, 대부분 진행성인 상태로 발견된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췌장이 몸 속 깊이 자리해 일반적인 초음파 검사 등으로 발견이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CT 검사를 매년 진행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환자가 증상을 느낀 뒤 병원을 방문하면 암이 상당히 진행 된 상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췌장암은 '약물치료'가 우선이 된다.
전 교수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들이 약물치료 대상이다. 운이 좋게 수술이 가능한 20%의 췌장암 환자들 역시 재발의 위험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수술 이후에 병기에 상관없이 6개월동안 보조 항암 치료를 해야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췌장암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이성 췌장암은 질환의 특성 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워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더딘 편이다.
현재 전이성 췌장암의 1차 치료는 젬시타빈 기반의 항암화학요법이다. 그 외에 환자의 상황에 따라 폴피리녹스나 면역, 표적항암제 치료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적용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전 교수는 "폐암이나 유방암 등 다른 암종은 비교적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많다. 안타깝게도 췌장암은 그렇지 않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차 치료제 옵션도 많지 않아 젬시타빈을 단독으로 사용했으며 당시 반응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젬시타빈-아브락산, 혹은 폴피리녹스가 1차 치료로 자리잡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췌장암 1차 치료로 보통 젬시타빈-아브락산 요법이 7, 폴피리녹스 요법이 3 정도의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
젬시타빈-아브락산 요법은 매 주 1회 환자들이 1시간 주사 투여를 받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은 5-플루오로우라실 + 이리노테칸 + 류코보린 + 옥살리플라틴 병합 3가지 약제를 사용한다.
미국의 NCCN(암 센터 네트워크,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폴피리녹스는 행동수행점수(ECOG PS, 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 Performance Status)가 1점 이상인 환자들, 즉 상태가 좋은 환자들에게 제한해 쓰라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고령 환자나 병이 진행해 전신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48시간 동안 주사 투여를 해야한다는 제한점도 있다.
객관적인 반응률로만 보면 폴피리녹스가 조금 더 높지만 3가지 약제를 사용이다 보니 독성의 우려도 큰 편이다. 췌장암은 7, 80대 환자가 50% 이상이기 때문에 독성의 우려를 안고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젬시타빈-아브락산을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췌장암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제 자체가 많지 않다. 여기에 2차 치료에 접목할 수 있는 치료대안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전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 대장암, 위암과 달리 췌장암은 1차 치료 이후 후속 치료가 많지 않아 아쉽다. 췌장암의 1차 치료 옵션이 자리를 잡았더라도 그 이후에 질환이 진행됐을 경우 제시해줄 2차 치료제 필요하지만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니바이드`는 글로벌 3상인 NAPOLI-1 임상연구를 통해 젬시타빈 기반 요법에서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서 효과를 입증했다.
◆'오니바이드', 췌장암에 순차치료 개념을 불러오다
과거에는 췌장암의 1차 치료 후, 재발했을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오니바이드`가 등장한 이후 췌장암 치료환경도 크게 바뀌어갔다.
췌장암 1차 치료로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이 대부분 쓰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2차 후속 치료로 '오니바이드'가 당연하게 제안될 정도.
2017년 국내 허가받은 오니바이드는 이리노테칸 성분을 봉입화(encapsulazation)해 약제의 체내 전달 기술을 향상시킨 항암제다.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 기반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인 나폴리(NAPOLI-1)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오니바이드+5-FU+류코보린 병용요법군은 5-FU+류코보린 병용요법 대비,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mOS) 6.1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3.1개월, 객관적 반응률(ORR) 16%를 보여줬다.
췌장암의 경우 생존기간(OS) 입증이 특히나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NAPOLI-1 임상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전 교수는 "5-FU+류코보린으로 치료했을 때보다 오니바이드+5-FU+류코보린 병용요법이 OS(Overall Survival), PFS(Progress free survival) 모두 다 증가시켰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췌장암을 치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낮은 결과라고 보지 않는다. 임상에서 중앙값(median)이 결과로 나왔는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도움을 받는 환자들이 상당히 있다. 이러한 일부 환자들이 중앙값에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리얼월드연구를 통해서도 오니바이드, 류코보린, 5-FU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mOS)과 무진행생존기간(mPFS)이 글로벌 임상과 일관된 결과를 나타냈다.
젬시타빈 기반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한 국내 성인 전이성 췌장암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2017년 1월 ~ 2018년 4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mOS는 9.4개월, mPFS는 3.5개월, ORR은 10.5%로 나타났다. 그리고 질병 통제율(DCR: Disease Control Rate) 54.7%였다.
전 교수는 "NAPOLI-1 임상의 하위그룹 분석(subgroup analysis)을 살펴보면 아시아인 환자들에게서 좀 더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결과가 국내 리얼월드연구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NCCN에서는 전이성 췌장암의 2차 약제 중 오니바이드를 category 1로 권고하고 있다. 후속 치료 중에서 유일하게 근거 수준(evidence level)이 가장 높게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오니바이드를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교수는 "2차 후속치료로는 오니바이드의 권고 수준이 높아 우선 고려 할 수 있지만, 비급여라는 단점이 있다. 오니바이드 외에도 젬시타빈 단독 치료가 있지만 1차에서 젬시타빈-아브락산을 사용한 경우 사실 상 큰 의미가 없다. 그 외에 TS-1이라는 먹는 5-플루오로우라실(이하 5-FU)도 급여가 가능하지만 권고 수준이 높지 않다. 실제로 처방을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에게서 큰 효과나 반응률을 기대하고 TS-1을 처방 하는 상황은 아니다. 즉, 현재 급여가 되는 치료 옵션으로는 대단한 효과나 반응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 췌장암에서도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오니바이드의 경우 국내에서 아직 비급여 상태다.
전 교수는 고령, 치료반응이 낮을 것이라 생각했던 환자에게서 '오니바이드' 치료로 효과를 본 만큼, 췌장암에서도 급여 변화가 생기길 소망했다.
또한 전 교수의 경우 NPP(Named Patients Program)로 오니바이드로 치료한 사례가 국내 리얼월드연구에 포함됐다. 전 교수의 환자 7명 중 3명은 2년 이상을 생존했다. 일반적으로 1차 치료 시 OS가 1년 정도라 생각하면, 2차 치료 후 2년 넘게 생존한 환자가 3명이나 되는 것이다. 췌장암에서 이러한 장기 생존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 교수의 환자 중에서는 췌장 외에 폐에도 전이가 있는 4기로 확인된 A씨가 있다. A씨는 2017년 10월에 NPP(Named Patients Program) 덕에 오니바이드로 치료를 시작했고, 올해로 치료 4년째에 접어들었다.
현재 그는 전반적으로 오니바이드 치료 후 췌장은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나아지고 잘 유지가 됐고 있다. 폐에도 원래 있었던 병변만 미미하게 남아 있는 상태.
전 교수는 "일반적으로 폐에 전이가 된 상황이라면 수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췌장암 다학제 진료를 하면서 췌장암의 병변이 많이 줄어 들어 수술이 가능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수술은 하지 못했지만, 항암치료로 조절이 잘 되다 보니 환자분은 4년째 오니바이드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7명 중 2년 이상 생존한 3명의 환자 중에서는 70대 후반 노인도 있었다. 당시에는 4기로 진단받았으나 거의 3년 가까이 생존했고 손녀의 결혼식도 참석하며 마지막까지도 삶의 질을 잘 유지했다.
전 교수는 "오니바이드는 환자에게서 반응률이 16% 정도인데, 아시아인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췌장암 치료의 전망(landscape)이 변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와 같이 6개월, 1년 생존하는 췌장암이 아니라 대장암처럼 장기 생존이 가능해지면서 치료 시 중점을 둬야하는 부분도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단기간 생존이라 생각하고 초기에 모든 가용 자원을 투입하는 전략 보다는, 췌장암 역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오니바이드가 급여가 된다면, 췌장암에서도 이러한 장기 생존 케이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 예견했다.
전 교수는 "과거에는 대장암 치료 상황이 상당히 부러웠다. 1차로 폴폭스 치료를 하고, 반응이 좋아지면 폴피리로 바꿔서 항암치료를 이어가는 등 후속 치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췌장암 역시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면 3년, 4년까지 장기 생존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급여 때문에 오니바이드를 사용 못하는 환자가 많다. 보편적으로 오니바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장기 생존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췌장암에서도 후속 치료, 시퀀스 등을 이야기 해도 될 것 같다. 1차 치료 이후 오니바이드로 후속 치료한 환자들의 mOS가 26.3개월이었다. 물론 해당 임상은 1차 치료 후에도 상태가 괜찮았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이다. 그러나 현재 데이터 기준으로 폴피리녹스 치료 시 11개월, 젬시타빈-아브락산 치료 시 약 9개월 생존했다 했을 때, 후속 치료까지 고려하면 약 2년에 가까운 생존기간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표적으로 수많은 암종에서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도 췌장암에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반면 오니바이드는 3상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 측면에서 통계적인 차이를 보였다.
전 교수는 "다른 암종의 경우에는 이미 많은 약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이야기하며 더 좋은 치료와 나은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췌장암은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니바이드가 3상 임상으로 혜택을 입증했다. 오니바이드의 급여화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오니바이드가 만약 급여화 된다면, 젬시타빈-아브락산으로 1차 치료 이후 오니바이드로 치료하는 '순차치료' 개념이 잡힐 것이라 전망했다.
전 교수는 "전반적으로 치료의 시퀀스(sequence)가 잘 구성돼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의료진은 특정 약제를 통해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 단편만 보지 않고, 환자들이 얼만큼 오래 잘 사느냐를 본다. 췌장암은 1차 치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 후속 치료 옵션도 자리를 잡아 시퀀스를 이룰 수 있다면 췌장암 생존기간 연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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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2020.12.26 19:09:37
오니바이드 급여화 긴급승인해주세요.1차표준항암제보다 부작용도 덜하고 효과가 상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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