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와 '키트루다', 꽉 막힌 폐암 1차 급여<br>암질심, 평가 기준에도 서서히 비판 이어져

임상적 혜택에도 불구, 암질심 첫 관문조차 몇년 째 못 넘는 중
치료제 급여 상황, 해외와 큰 차이 보여‥현장에서 급여 요구 높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5-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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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소세포폐암 1차에 사용할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과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급여 도전기는 여전히 결말이 나오지 않았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에, '키트루다'는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PD-L1 ≥50%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에서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화학요법 1차 병용요법,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에서 카보플라틴 및 파클리탁셀(혹은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1차 병용요법에 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몇 년째 급여의 첫 단추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못넘고 있다. 항암제 급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임상적 유용성 평가 인정돼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을 한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급여가 확정된다.

 

타그리소는 지난 4월, 1년만에 다시 암질심에 상정돼 논의가 됐지만 임상적 유용성에 발이 묶여 비급여로 남게 됐다. 

 

키트루다도 지난 26일, 암질심에서 논의가 됐으나 폐암을 제외한 요로상피암 2차, 호지킨림프종 2차 이상만 통과가 됐다. 키트루다는 재정적 부담이 이유였다.

 

상황이 반복되자 이제는 암질심의 평가 방식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타그리소와 키트루다의 의학적 근거, 심지어 장기생존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회의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 임상 현장에서도 1차 급여 요구는 꾸준 = 2021년 '대한종양내과학회(KSMO)'에서는 '폐암' 1차 치료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국립암센터 한지연 최고 연구원은 FLAURA 임상과 FLAURA China 임상으로 타그리소의 1차 급여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도 KEYNOTE-024, KEYNOTE-189, KEYNOTE-407 임상을 설명하며 키트루다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장기 생존율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래도록 증명된 임상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폐암 환자 치료 접근성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타그리소의 급여는 오직 폐암 2차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는 해외와 상당히 비교가 되는 수준이다.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는 "전 세계 40여개 국에서 타그리소 1차 급여를 적용해줬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보험이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 임상적 근거가 있는 약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아쉽다. 이는 최근의 암 치료 흐름과 맞지 않는다. 오시머티닙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만간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키트루다도 비슷한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오래도록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 그것도 PD-L1 50% 이상의 조건에 묶여있다.

 

덕분에 한국은 OECD 상위 10개국 중 키트루다가 폐암 1차에서 급여가 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현재 폐암 1차에 키트루다가 급여 적용된 국가는 전 세계 52개국이다. 1차 & 2차 급여 적용국은 총 54개국으로 이 가운데 한국과 레바논만 폐암 2차에만 급여가 된 상태다.

 
이외에도 OECD 전체 회원국 37개국 중 31개국, 즉 약 84%에서 폐암 1차 치료로 키트루다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낮은 슬로베니아, 체코, 브라질 등 30개국도 키트루다 1차 급여를 결정했다. 
 
◆ 암질심 논의 쳇바퀴는 언제까지 = 타그리소와 키트루다의 폐암 급여 확대건은 계속해서 쳇바퀴를 돌고 있다. 
 
국내 폐암 환자수가 적지 않고, 이들 치료제는 초기 비용이 높은 편이다. 이에 암질심은 타그리소의 아시아인 대상 추가적 임상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FLAURA 3상 하위 분석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전체 생존기간(OS) 혜택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보완 차원에서 FLAURA China 중국인 대상 OS 데이터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암질심은 이조차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키트루다는 재정적 요소가 걸림돌로 남았다. 지금껏 한국MSD는 암질심의 요구에 응해가며 관련 서류 및 대안을 마련해 제출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타그리소와 키트루다는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는 제품이 등장했다.
 
타그리소의 경우, 유한양행이 3세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렉라자(레이저티닙)'를 개발했다. 허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암질심은 물론 약평위까지 통과하며 폐암 2차 치료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렉라자는 타그리소에 내성을 보인 환자 뿐만 아니라, 한국인 환자를 대거 포함한 1차 치료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산 신약인만큼 타그리소 대비 치료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암질심이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 재정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키트루다의 경우,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경쟁하게 됐다.
 
티쎈트릭은 2019년에 PD-L1과 관계없이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서 베바시주맙,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과의 병용요법에 허가됐다. 만약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환자는 이 약을 투여하기 전에 표적 치료제로 치료를 해야 한다.

 

2020년에는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서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과의 병용요법에 허가됐다.  

 

그리고 올해 4월 티쎈트릭은 식약처로부터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단독 적응증을 얻게 됐다. 이전에 화학요법치료를 받지않은 PD-L1 발현율 종양세포(TC) ≥ 50 % 또는 종양침윤면역세포(IC) ≥ 10 %가 조건이다.

 

급여 상황만으로 볼 때, 티쎈트릭이 키트루다 보다 유리하다. 티쎈트릭은 국내에서 방광암 2차, 비소세포폐암 2차, 소세포폐암 1차 병용요법에 급여가 돼 있다.

 

티쎈트릭이 타 면역항암제보다 급여 속도가 빠른 것은 약가를 월등히 낮게 조정해 접근한 덕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티쎈트릭의 급여 상한액은 약 230만원으로, 급여 적용 환자의 1회 본인 부담금은 타 면역항암제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타그리소와 키트루다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이 두 치료제가 해당 시장에서 가장 장기간에, 확실한 임상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아직 암질심 평가 결과에 대해서 공식적인 서면 통보를 받지는 못한 상황이다. 서면 통보 후 세부사항을 확인해 향후 진행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타그리소는 3년 이상의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을 입증한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구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1차 치료로 급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그리소의 임상적 가치나 환자들의 요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결정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암 환자들이 적시에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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