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 자발적인 '인공신장실' 인증 평가‥하지만 2% 부족한 이유

인증기관에 대한 현실적 보상 없고 비인증기관에는 제도적 규제가 전무
인공신장실 인증평가와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통합 필요성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13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잘한 것에는 상을 주고 잘못한 것에는 벌을 주는 것이 맞다.

이 맥락이라면 대한신장학회가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는 그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 회원들의 참여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인증기관에 대한 현실적 보상이 없고 비인증기관에 대해서도 제도적 규제가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대한신장학회의 인증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HIRA Research에 공개된 '대한신장학회 인공신장실 인증평가 결과 및 개선 방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말기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상실돼 혈액투석, 복막투석 혹은 신장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을 받아야 하는 상태이다.

말기신부전의 유병률과 발생률은 고령화 및 말기신부전 발생의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고혈압 증가로 인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말기신부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투석 시작 이후에도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거의 모든 장기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전문성은 물론 인공신장실(혈액투석실)의 시설, 장비 등의 관리가 매우 필수적이다. 혈액투석기 및 투석 설비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고도의 정밀성과 생물학적 멸균성을 신경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말기신부전 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와 투석기관의 확대, 의료비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투석기관들은 적절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의 6차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결과, 우리나라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전체 의사 중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비율은 75.0%였다. 이 중 요양병원 인공신장실의 경우 혈액투석 전문의사 비율은 39.7%에 불과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인공신장실의 인력, 시설, 운영에 관한 법률, 설치 기준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의 형태로 인공신장실의 질 관리를 제도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인공신장실 질 관리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각 인공신장실의 자체 관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평원은 2009년 이후 전국 인공신장실을 대상으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투석기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1) 전체 기관에 대해 현장심사가 이뤄질 수 없고, (2) 전수조사가 아니며(일부 투석기관 및 입원 환자 제외), (3) 평가기간을 공지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가 있으며, (4) 2015년 평가부터 처음으로 가감지급제가 도입됐으나 지극히 부분적이어서 인공신장실 질 향상을 유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와 별개로 대한신장학회에서는 투석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한 투석기관의 질 관리, 지역별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2009년 인공신장실 인증평가가 처음 발의됐고, 학회는 5년간 수도권 투석기관과 투석전문의 수련병원에 대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016년부터는 전국의 학회 회원 근무 인공신장실에 대해 인증평가를 시행해, 2022년까지 총 7차 인증평가를 마쳤다.

현재까지 누적 인증기관 수는 681건으로 인증률은 80.6%이었다. 인증평가는 대한신장학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으며, 온라인 심사와 더불어 현지실사도 함께 실시해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되도록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인증기관 수는 266개로 전체 대한신장학회 회원 기관 수가 724개인 것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인증을 받은 기관들이 인증기간이 끝나고 다시 신청하는 비율은 72.7%로 다소 높은 편이긴 하나, 일부 기관은 인증평가에 재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인증기관에 대한 보상과 비인증기관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사평가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도 1-2년마다 시행돼, 평가 중복에 따른 자료 입력의 번거로움 및 업무 부담도 낮은 참여율에 영향을 줬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대한신장학회 인공신장실 인증평가와 심사평가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의 통합 필요성이 제시돼 왔다.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는 요양기관의 질 개선과 국민에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평가지표 점수를 합산해 등급화하고 있다.

반면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는 진료에 기본적인 필수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며, 투석 환자들이 믿을 수 있는 진료환경 조성과 지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 및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가 시행되면서 혈액투석 적절도 검사, 응급장비 보유, 수질검사 등 인공신장실의 질 관리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반대로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비율, 2년 이상 경력 간호사 비율 등은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윤리성 평가지표가 포함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2015년 평가부터는 가감지급제를 도입했지만, 평가기간에만 적용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대한신장학회의 인증평가와 심사평가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통합한다면, 전문가 집단의 질 관리 및 전국적인 평가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인공신장실 관리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정성 평가로 부족했던 윤리성 평가와 현지실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질 관리 결과에 대한 수가 반영이 기대된다. 의료기관의 질 관리 평가에 대한 업무 부담이 완화되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평가의 참여율 개선을 위해서는 인증을 받은 기관에 대한 보상과 홍보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까지 인증평가에 참여한 기관 중 56.5%가 의원급 규모였는데, 상급 의료기관에서 의원으로 투석 환자 전원 시 인증기관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인증기관은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인증기관에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 및 지역사회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학회 차원에서도 인증받은 인공신장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환자가 스스로 인증을 받은 투석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석 환자의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인공신장실에 대한 개설 허가나 시설, 인력에 관련된 법규나 질 관리 규정, 투석 환자에 대한 안전 대책이 없다. 투석 환자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비윤리 투석기관의 관리를 위해서는 인공신장실 설치 기준이 개발돼야 한다.

2011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재단의 연구로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말기신부전 환자 등록제'의 도입 필요성도 제안됐다. 앞서 국가가 만성콩팥병을 체계적으로 예방·관리하기 위해 2019년 11월 '만성콩팥병 관리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연구팀은 "'만성콩팥병 관리법안' 도입으로 환자 등록 및 인공신장실 인증이 이뤄진다면 환자들의 악화를 예방해 투석 시작 시기를 늦추고,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생존율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학회의 노력과 회원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국가적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투석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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