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HIV 치료제가 치매 진행을 늦췄다

英 케임브리지대, 동물 실험서 'HIV 치료제' 뇌세포 손실 감소 확인   
CCR5 유전자 억제해 잘못 접힌 단백질 축적 막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5-03 06:02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HIV 치료제 '셀센트리(마라비록)'가 동물 실험 연구에서 치매 관련 단백질의 축적을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영국 케임브리지 의학 연구소와 케임브리지 대학 치매 연구소에 따르면 헌틴턴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셀센트리를 투여한 결과,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s)'의 양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뇌세포의 손실을 늦췄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뉴런(Neuron, IF= 18.688)' 최근호에 소개됐다. 

우선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은 뇌에서 잘못 접힌 단백질을 제거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면 뇌세포를 죽이고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이때 우리 몸은 미세아교세포라 불리는 뇌의 면역세포를 통해 뇌의 질병과 병원균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퇴행성 질환은 오히려 면역세포가 건강한 세포에 해를 끼치고 잘못 접힌 단백질 축적을 촉진한다.

따라서 연구진은 미세아교세포가 백혈구 내 CCR5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단백질 제거 분자를 더욱 방출해낸다는 점에 착안했다.  

즉, CCR5 유전자를 억제하기만 한다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덜 축적될 거라는 가설을 세운 것. 

HIV 치료제인 셀센트리를 쥐에게 투여한 이유도 HIV가 세포를 표적할 때 CCR5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헌팅턴병이 발병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에게 마라비록을 4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약물로 치료받지 않은 쥐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 축적이 훨씬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셀센트리를 투여 받은 쥐는 치료받지 않은 쥐보다 기억력과 물체 인식 테스트를 더 잘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에 걸린 쥐에서도 같은 효과가 관찰됐다. 셀센트리를 투여 받은 쥐는 치료받지 않은 쥐에 비해 타우 응집체의 양이 감소했고, 뇌세포의 손실도 늦췄다. 

셀센트리를 투여 받은 쥐는 물체 인식 테스트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쥐보다 더 잘 수행해 약물이 기억 상실을 늦췄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교수는 "마라비록이 마법의 탄환으로 판명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면서 "신경퇴행성 질환 예방을 위해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셀센트리는 HIV가 감염통로로 이용하는 면역세포 표면에 CCR5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작용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이 약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화이자가 공동 개발해 지난 2007년 HIV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현재는 GSK 에이즈 전문 사업부인 비브 헬스케어로 판권이 넘어갔지만, HIV 복합제 약물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사장된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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