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법'이었다면…복지부가 간호법 반대한 이유와 해결책은

간호계 '정부가 허위사실 제시' 주장…임강섭 '직무법은 곤란'
'지역사회' 의료 관련규정 필요성 인정…단 전반적 접근 필요
내달, 가칭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 관한 전문가 논의 추진
정부-간호사 간 '믿음' 강조…준법투쟁 계획엔 '이행상황 대비'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5-18 06:0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간호사법이어야만 했다. 간호법이 갖는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17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간호법안 재의요구 배경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간호법안 재의요구를 결정, 국무회의에 건의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재가했다. 이로써 국회 본회의를 힘겹게 넘었던 간호법은 다시 국회 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복지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 등 허위사실을 제시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분별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호계가 '허위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강섭 과장은 '간호법'이라는 법안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짚었다.

임강섭 과장은 "'간호사법'과 '간호법'에는 차이가 있다. 간호법은 직무, 간호사법은 직업을 다룬다. 외국 입법 예를 보더라도 일본에서는 의료 체계에 관한 의료법이 있고, 의료 종사자 직역별 법이 다 별도로 있다. 정부에서는 '직무에 관한 법을 만드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의료단체 간 불신도 문제였다. 최초 발의안에 있었던 쟁점 조항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법이 제정된 후 개정되는 것은 쉽기 때문에 당초 의도됐던 쟁점 조항이 다시 포함될 수 있는 것을 많은 직역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문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사회'를 간호법에만 둔 채로 입법하기보다는, 의료·돌봄·요양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립하는 방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강섭 과장은 "현재 의료법에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없다. 간호법안에 처음으로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것인데, 그 의미와 향후 파급력이 어떨지에 대해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일본 간호사법에도 지역사회와 관련된 규정은 없고, 해당 규정은 개호보험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의료법은 의료기관 내 진료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 방문진료·방문간호·방문재활·비대면진료 등 의료기관 외 행위에 관련한 규정이 부재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때문에 초고령 사회에서 의료기관 밖 의료서비스 제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해 의료법이 전면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돌봄, 요양에 관한 법제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또 "이같은 개편은 큰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더 종합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간호사 업무도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기관 또는 다른 직역과 조화롭게 활성화되는 것이 국민에게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시범사업·연구 등을 통해 지역사회 의료·돌봄·요양 모델을 만들고, 모델에 부합하는 직역 간 역할을 재정립한 후에 관련 법 제·개정으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 생각이다.

이에 관련 법으로 가칭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이 제시된다. 이른바 '상위법'으로 전체적인 틀이 갖춰지면, 그 아래에 의료법, 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담겠다는 의도다.

임강섭 과장은 "내달부터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가칭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법 체계에 관한 논의를 추진하고, 정부 대안으로 제시할 계획"이라며 "법 이름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당정 협의에서 얘기된 것은 아니다. 기본 원칙과 방향성에 대해서만 협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미 국회에서 상위법 형태인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있다. 지역사회 의료·요양·돌봄에 상위법을 만들자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간 공감대가 일정부분 형성돼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안 재의요구는 '개념적으로 의료 체계에서 간호만 분리하는 것이 타당한가', '지역사회 문구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측면을 정부가 우려한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뒤늦게서야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임강섭 과장은 "현 정부에서 간호법안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기회가 없었다. 출범 전 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이 의결됐고, 한동안 장관이 없던 상황에서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에서도 심사가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렇다보니 현 정부가 상세한 의견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시할 기회가 없었다. 4월부터 정부가 당과 함께 중재안을 낸 것도 이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호계가 1차 준법투쟁에 나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정부와 간호계, 양측 간 믿음을 강조했다.

임강섭 과장은 "간호사분들은 환자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간호사분들을 직접 만나보면 환자들을 두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신다. 남다른 숭고한 사명이 있다. 분명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 상황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보건의료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는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상황이 발생되지 않았는데, 예단해서 세부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기자회견만 했을 뿐 아직 행동에 들어간 상황은 아니지 않나. 준법투쟁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그때 가서 준비하고 있는 방안과 메시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현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요청했다.

임강섭 과장은 "(간호사분들에 걸맞게) 정부도 근무 환경이나 애로를 제대로 개선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책임지고 충분한 제정을 투입해서 확실한 제도 개선으로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며 "우선 빠르면 내달 중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종합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대기 간호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도 이르면 내달 내놓을 계획이다.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바로 전면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강섭 과장은 인터뷰 말미에 지난 11일 '이제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를 주제로 개최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서 했던 발언에 대한 사과와 정정을 언급했다. 임강섭 과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임상섭 과장은 "원래는 간호 인력 청원에 관한 내용을 말하려고 했는데, 강은미 의원님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을 했다"며 "강은미 의원께서 다수 의원들의 찬성 서명을 받아 발의한 지 하루 만에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입법권에 대한 침해로 보일 수 있으므로,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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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2023.05.18 09:50:05

    간호정책과장이 맞는가? 간호업무의 현안에 대한 이해도 없고 정책도 없고 비전도 없고... 지금까지 관망하다가 이제서야 "간호사분들은 환자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간호사분들을 직접 만나보면 환자들을 두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신다. 남다른 숭고한 사명이 있다. 분명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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