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때문에 재정 지출 커졌을까?‥10년간 총 약품비 8.5% 수준

경제성평가 면제·RSA 대상 품목의 정부 재정 지출은 실제 우려보다 낮은 수준
신약 재정 영향에 대한 해외 비교 연구, OECD 32개국 중 한국 30위 최하위권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04 10: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혁신 신약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 재정 지출 영향이 커졌다는 시각이 대세다.

특히 중증질환 신약이 등재되는 대부분의 통로인 '경제성평가 면제' 및 '위험분담제(RSA)' 대상 품목이 재정 지출의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중 경평 면제 약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2022년 신약으로 등재된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전체의 87.5%가 경평 생략 약제로 평가됐다.

경평 생략 약제는 임상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고, 경제성 평가를 생략했으므로 비용-효과성 역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평 생략은 비밀 가격 협상 등으로 신뢰도가 낮은 제외국 가격을 참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경평 면제 제도를 뒷받침하는 명분이 약하기에 재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지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가 이를 전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등재된 신약 227개의 재정 지출은 총 약품비 중에서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신약의 재정 영향에 대한 해외 비교 연구결과에서도 한국은 OECD 32개국 중 3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KRPIA는 4일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진행한 '우리나라 신약의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 및 합리화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내용은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과 상반됐다.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들의 혁신 신약 치료 보장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혁신 신약들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인식으로 신약 등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이종혁 교수 연구팀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급여된 신약 227개 품목의 재정지출을 분석함으로써 국내의 약품비 지출구조 현황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 급여된 신약에 투입된 재정은 총 약품비 대비 약 8.5%로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신약에 쓰인 약품비를 전체 건강보험 총 진료비와 비교했을 때 불과 2.1%에 그쳤으며, 10년간 사용된 총 약품비의 합계인 약 164조 2천억 원 가운데 신약 한품목당 연간 소요되는 약품비 역시 약 61억 원 정도로 낮았다.

연구팀은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시 비용효과성 입증 방법(경제성평가, 경제성평가 면제, 가중평균가, 기타)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과 위험분담제(RSA) 체결 신약의 지출 비중, 중증질환 분류별 신약 재정 영향도 분석했다.

그 결과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 신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성평가 면제 및 RSA 대상 품목의 재정 지출이 전체 약품비 대비 각각 0.3%, 2.7%이었다.

또한 중증질환 분류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을 분석했을 때에도 중증·희귀질환(암, 희귀질환) 신약에 쓰인 약품비가 전체 약품비 중 3.3%에 그쳤다. 

이는 결국 국내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낮은 치료 접근성을 시사한다.

이종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분석한 국내 신약의 10년간 재정지출은 기존 알려진 수치보다도 매우 낮게 나타나 일반적인 인식 대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근 대다수의 신약들이 해당되는 경제성평가 면제 신약은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품목당 연간 약품비도 매우 낮았으며,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쓰이는 재정 비율이 낮았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지출 구조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비슷하게 PhRMA(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에서는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미국, 유럽, 일본에 허가된 글로벌 신약 460개를 토대로 각국의 신약 접근성 및 재정 영향(IQVIA 자료 기준)에 대해 국제 비교한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팀에 공유했다.

PhRMA에서 진행한 OECD 국가별 신약의 재정 영향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약 재정 영향은 4%로 전체 32개국 중 끝에서 세번째인 3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는 터키, 그리스, 멕시코와 비슷했다.

아울러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의 비교에서도 가장 낮은 신약 재정 지출 비율로 미국 26%, 독일 19%, 영국 18%, 일본 14% 등의 주요 상위 국가들과 약 3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까지 차이가 났다.

이러한 한국의 신약 재정 지출의 결과는 각국의 신약 허가율 및 급여율 비교에서도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신약 460개를 기준으로 한국의 신약 허가율은 33%이었지만 일본, 프랑스, 영국 모두 50% 이상이었다.

신약 급여율도 우리나라는 22%로 주요 선진국인 일본(48%)과 프랑스(44%)와도 큰 차이를 보였고, OECD 평균(29%)에도 못 미쳤다. 

무엇보다 글로벌 출시 신약 중 한국에 1년 안에 출시되는 신약은 단 5%(일본 32%, OECD 평균 17%)에 불과해, 국내 환자들이 체감하는 혁신 신약 접근성은 크게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KRPIA 이영신 부회장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제비 중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았다"며 "혁신 신약이 재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가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근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올 하반기에 발표될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혁신 신약의 가치가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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