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정윤식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에 따라 국내 원료의약품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3 식품의약품 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21년 24.4%에서 2022년에는 11.9%로 급감했다. 또한 2022년에는 24억3000만 달러의 원료의약품이 수입됐으며, 이는 2021년 20억9000만 달러 대비 16.3%인 3억4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나, 2022년에는 9억1000만 달러(1조2000억원)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인도가 3억 달러(4000억원)으로 2위, 3위는 2억4000만 달러(3000억원)가 수입된 일본이 차지했다.
특히 2022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3조3791억원으로 303개사가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81.5%를 차지하는 247개사는 100억원 미만의 생산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동향은 지난 10년간 70%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완제의약품 자급도와 상반되는 것으로,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도는 10년 전인 2013년 31% 대비 20%나 감소했다. 이는 시장·가격 경쟁이 심한 원료의약품의 특성에 기반하며, 국내외 대부분 기업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이나 인도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 역시 제네릭의약품의 주원료(API)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인도 의약품수출진흥협의회(Pharmexcil) 통계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세부 사항으로 최근 회계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서는 인도가 중국에게서 API 및 중간체를 31억8000만 달러 규모로 수입했고, 앞선 금액은 전체 수입액의 70%에 달한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는 지난 2020년부터 도입한 '생산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 PLI)' 제도를 통해 선정된 기업에게 자국 제조 제품의 매출 증가분 및 한계투자의 일정 비율을 보조금으로 최대 6년간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21년부터 인도 정부는 벌크의약품(Bulk Drugs), 의료기기(Medical Devices), 의약품(Pharmaceuticals) 등 3개의 PLI 제도를 추가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API, 시작물질, 중간체 등이 지원 대상으로 포함됐다.
특히 벌크의약품 PLI에 대해 인도 정부 측은 41개 핵심 벌크의약품 자국 내 생산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약 1조1000억원(6940 크로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 정부는 PLI 개시 후 1년간 34개 벌크의약품에 대한 51개 프로젝트를 선정한 바 있다.
이에 인도 신용평가기관인 IRRA는 향후 4~5년 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25~3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Viranchi Shah 인도의약품제조업협회(IDM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PLI 개시 전 1개에 불과하던 인도 내 Para-Amino-Phenol 생산시설이 현재는 최소 3~4개 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미국, 유럽 등 국가들도 원료의약품의 특정 국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차질에 대비한 ▲핵심(필수)의약품 선정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조직 및 법제도 정비 ▲자국내 지속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공급부족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 ▲해외 동맹국 협력 확대 등 중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료의약품에 대한 개발·생산 지원과 약가, 세제지원이 확대되면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해외의 정책 동향을 참고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개발과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방안 마련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원료의약품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의약품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및 국민 보건 안보 측면에서 예산 투입 대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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