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문의 이탈 왜 심각할까…"떠나면 안 돌아와"

[인터뷰]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애초부터 적자에 최소인력 고강도 업무…의료대란, 번아웃 앞당겨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8-31 06:00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다른 데서 일해보면 다신 밤에 일하고 싶지 않다. 낮에 일하면 밤에 누워서 자는구나를 안다. 한번 나간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가 정말 힘들다."

응급실 전문의 이탈이 시작되며 응급의료가 붕괴 조짐을 겪는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심각한 의미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 진정 여부와 관계 없이 한번 응급실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응급실 공백은 시작되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단 우려다.

30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 현상 심각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응급실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도 운영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병원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적은 인력으로 응급실을 운영해왔다.

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연간 응급환자 1만 명 이하 응급실에서 24시간 동안 1명씩 응급의학 전문의가 근무할 때 6명이 필요하다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반면 국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문의 5명 이상이면 지정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최근 근무 중 환자가 열명 누워있었는데 한명이 갑자기 나빠져 기도삽관하고 정맥 잡고 하느라 30분정도 한명만 보고 있었다. 나머지 9명은 방치된 셈이었다. 그 와중에 밖엔 환자 5명이 더 왔고, 반신마비가 된 사람도 있었다"면서 "과연 안전한 상황인가. 나머지 14명은 병원엔 왔지만 의사는 없는 상황이었다. 나빠진 환자가 한명만 더 있었으면 둘 중 하난 죽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근본적으로 부족한 인력이 강도 높게 일하던 환경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력 부족과 근무 강도 부하가 더해졌고, 한계에 다다르자 급속하게 무너지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에 따르면 사직한 전문의들은 개원 또는 휴식을 하고 있다. 최근 응급실 붕괴 사례로 언급되는 병원에서 사직한 전문의들도 연말까진 쉬겠다고 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응급실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응급의학 전문의 사직은 대부분이 탈진과 번아웃에 의한 것인데, 돌아오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이란 것.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시절부터 응급실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일하지만, 야간 근무와 당직이 일상이 아닌 곳에서 일해보게 되면 얼마나 다른지 느낀다"며 "다신 밤에 일하고 싶지 않다. 원래 일 자체가 과한 강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단편적 응급실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응급실이 나아갈 방향부터 정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경증환자 문제를 들었다. 이 회장은 경증환자라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경증임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가거나,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연속적으로 받기 위해 가는 등 어쩔 수 없는 환자도 있다는 이유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본인부담금만 100%로 올리겠다는 식의 대책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증환자 발길을 정말 끊는다면 전국 응급실 절반은 망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이를 상쇄하려면 적어도 중증환자 수가 5배는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응급실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그 과정에서 감내할 부담과 비용 등에 동의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증환자 제한을 위해 금액이나 법, 시스템으로 장벽을 세우는 것도 정부가 명확히 나서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인부담금만 올려서 의료계에 떠넘기는 식으로는 효과도 볼 수 없고 환자와 의료인 신뢰만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장 추석이 다가오지만 대책은 없고, 이제 와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 평소처럼 명절 응급실 과부하가 걸릴 경우, 응급실 의료진 번아웃은 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회장은 "50대가 되니 이제 응급실을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당직 한번 서면 너무 힘들다"며 "예전에는 5시간 걸려 회복했다면 이제 이틀은 걸린다. 건강 악화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 초기 (정부가)은퇴한 의사 데려오겠다고 해서 웃었다. 은퇴한 분들 응급실에 앉혀놓으면 돌아가신다. 은퇴한 분도 돌아가시고 환자도 돌아가신다"면서 "응급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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