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응급실 찾은 대통령의 빨간약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9-05 12:4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주워담았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국정브리핑 발언 이후 현장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거나 정작 윤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의료 현장을 방문한 적 없다는 의료계와 국회 질타가 쏟아지자 현장을 찾은 것.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저녁 9시께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진을 격려하며 감사를 표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추석 전 가용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필수의료에 대해선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발언 6일 만에 현장을 찾아 의료진에게 격려와 감사로 '빨간약'을 발랐지만 정작 의료계나 국회 반응은 싸늘하다.

이날 현장 방문에서 응급의료센터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발표된 응급의료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를 주요기능으로 하도록 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입원이 필요한 비중증 응급환자 최종치료 및 중증응급환자 일차수용,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입원 불필요 경증·비응급 환자 최종치료를 담당하도록 하는 계획이 담겼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까지 단계적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발표 후 1년 8개월이 지났음에도 현장은 체감하지 못한 채 같은 주문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획기적 지원 강화를 말해도 의료계에선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회 반응도 다르지 않다. 소아응급 전문의 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세트장 같은 응급실 한 번 돌아보더니 필요하다면 예비비 편성도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단다. 위대한 영도자 동지 현장 지도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진정성을 보이려면 그런 하나마나한 소리와 카메라 앞세운 쇼 대신 수 십년 간 현장이 절규 해 온 법적 보호와 수가 정상화나 신경 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는 방문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제발 이번 한 번으로 그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추석이 응급의료 붕괴 기점이 될 것이란 우려에만 매몰된 것 같지만, 추석이 지난다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진 않는다. 사태 해결이 아닌 한 고비 넘길 뿐이다. 여당 내에서도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현장 방문은 이미 발표돼 누구나 아는 대책 약속이 아닌, 현장에서만 듣고 볼 수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의미가 있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 격려와 감사라는 빨간약은 응급의료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에도 현장을 방문한다면 사태 해결과 맞닿은 현장 파악과 의견 청취,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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