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 '다빈치 5(da Vinci 5)' 출시 국가로 이름을 올려 관심을 모은다. 다빈치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최소침습수술을 위한 로봇 수술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는 최근 차세대 로봇 수술 시스템 다빈치 5를 국내 출시했다.
다빈치 5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5세대 플랫폼이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첫 승인됐다. 국내서는 4세대 플랫폼 중 하나인 다빈치 SP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주목할 부분은 다빈치 5가 FDA 승인 후 한국이 두 번째 출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로봇 수술 시행 건수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외과 수술 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복강경 로봇 수술은 정교한 고난이도 암수술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비뇨의학과 수술에선 복강경 로봇 수술이 전부 비급여임에도 이른바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골반강 내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전립선 전체와 정낭, 정관 등을 제거하기 위해선 기존 개복 수술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구멍을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공간을 넓혀주는 복강경과 보다 자유로운 손기술을 구현해주는 로봇팔이 전립선에 있는 암을 전부 도려내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이에 로봇 수술 시스템을 이용한 국내 복강경 수술은 다빈치 도입 첫해인 2005년 17건에서 2021년 약 4만건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국내 의료진들의 뛰어난 임상 술기 또한 한국 출시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튜이티브도 한국과 일본을 로봇 수술을 잘하는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로봇 수술 이후 진행과정 기록이나 분석, 피드백,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국내 의사의 수술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양질의 임상 데이터가 쌓인 덕분이다.
이에 인튜이티브 서지컬 게리 구타트(Gary Guthart) CEO는 지난 1월 열린 2024년 컨퍼런스콜에서 "5세대 다빈치에 대한 FDA 승인 이전부터 (상용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 규제당국과도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관계자도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글로벌적으로 로봇 수술을 리딩하는 의료기관들이 국내 굉장히 많다"며 "(국내 의료진들이)수술을 더 잘하는 만큼,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5세대가 허가됐을 때, 다른 의료진에게도 더욱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국내 로봇 수술 시장이 다빈치 일변도에서 다각화되고 있다는 점도 빠른 출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국내 복강경 로봇 수술 점유율은 그간 다빈치가 99% 이상 장악해왔다. 하지만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입장에선 국내서 처음으로 '다자 경쟁' 구도에 직면한 상황.
국산 로봇 수술시스템으로 2017년 첫 등장한 미래컴퍼니 '레보아이'가 관련 시장에서 점차 임상례를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레보아이에 대한 국내 임상의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레보아이를 병원에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도 도입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 메드트로닉 수술 로봇 '휴고'와 동아ST 수술 로봇 '베르시우스(VERSIUS)'도 내년 국내 상륙을 준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동아ST는 지난 5월 영국 수술 로봇 전문회사 CMR 서지컬과 베르시우스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튜이티브 관계자는 "다양한 경쟁사들이 나타나면 복강경 수술 로봇 시장이 더욱 커질 거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다빈치 5는 기존 4세대 다빈치 4의 고기능 설계를 기반으로 ▲최신 수술 컨트롤러인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술 ▲진보된 인체공학적 디자인 ▲향상된 비전 시스템(색감 및 해상도 등) 등을 개선해 더 나은 수술 결과를 지원한다. 1만배 이상 데이터 처리 능력이 향상됐으며, 향후에는 AI와 머신 러닝 기술 도입도 계획돼 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