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선별집중심사 신규 항목에 의료계 '부글부글'

'외래검사 15종 이상' 추가…"임상 상황 반영 전무"
내과醫 "의학적·법적 근거 부재 항목 일방적 기습 예고"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1-02 12:31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선별집중심사에 '외래검사 15종 이상'이 포함되면서 개원가가 반발하고 있다. 의학적·법적 근거가 부족한 항목을 의료계와 논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2025년 선별집중심사 항목 선정을 비판했다.

심평원 선별집중심사는 급격한 진료비 증가, 사회적 이슈 등 진료경향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 예고한 뒤 집중심사하는 제도다. 국민에게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고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은 사전에 방지한다는 취지다.

올해 선별집중심사에는 5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뇌성나트륨이뇨펩타이드, Pro-Brain Natriuretic Peptide 검사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검사 ▲일반전산화단층영상진단(2부위 이상) ▲검사 다종(15종 이상) ▲수압팽창술 등이다.

의료계가 반발하는 항목은 '검사 다종(15종 이상)'이다.

내과의사회는 먼저 15종 기준에 의학적·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 고시에는 15종 이상 검사를 제한하거나 심사 대상으로 삼는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역사회획득 폐렴 환자의 경우 권장 검사만으로도 최소 17종 이상 검사가 필요하다. 또 국민건강검진 일반 검사 항목만 해도 8종에서 14종에 달한다. '15종 이상'이라는 기준은 이 같은 임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 기준으로, 환자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의료행위를 단순히 비용 문제로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취지에 벗어난 행위란 점도 지적했다. 급여 제한이나 삭감은 반드시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야 하며,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의적 심사는 적절한 환자 진료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급여 기준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이번 심평원 결정은 법적 원칙을 위반한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부담을 초래해 일차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필수의료 서비스를 약화시킬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정기 검사는 기본 검사만으로도 15종을 초과할 수 있는데, 이번 선별집중심사가 진료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발표에 앞서 의료계와 어떤 사전 협의도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하고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의료계와 논의가 필수적이나, 이번 결정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발표가 연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을 준비 중인 과도기 상태인 데다 주무 부처 공무원들도 보직 이동 등 혼란한 시기에서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심사항목을 선정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번 행태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드시 재고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숙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 회장 선거 최안나 후보, 주수호 후보 등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최 후보는 "환자 진료 과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며 "국민들이 제대로 검사 받지 못해 겪을 위해는 심평원장이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자 진료에 충분한 검사 14종을 심평원이 지정하고 책임질 게 아니라면, 15종으로 충분하다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건보 재정을 정부가 위태롭게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의료계와 국민에게 지우려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도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노인 환자는 만성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집 근처 중소 병의원에서 진료받고 약제를 투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합적 질환을 가진 환자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를 판별하려면 검사 종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15종 이내로 이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심평원은 노인성 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 관리를 중소병원과 의원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해당 의료기관이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의료행위도 재정 절감을 위해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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