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은 최근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럼에도 글로벌 임상시험부터 해외 규제기관 허가까지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임상시험 자료 가공부터 국내 업계는 국제 표준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규제기관은 임상시험 단계부터 CDISC(Clinical Data Interchange Standard Consortium) 적용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하고 있다.
CDISC란 의약품 신청서류 중 임상, 비임상 시험의 표준화된 자료형태를 말한다. 원래 임상시험에 관련된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단체를 지칭했으나, 현재는 임상시험자료 규격화로까지 의미가 확장됐다.
이에 대해 제이앤피메디 이현수 상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CDISC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 작업"이라며 "점차 국내에서도 CDISC 도입 필요성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CDISC는 스폰서(제약바이오 업체)나 임상수탁기관(CRO)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규제기관 리뷰어들을 위한 문서라는 점을 들었다.
CDISC에서는 모든 임상시험 자료를 전자 문서화하고 이들 전자 문서의 생성/교환, 제출 및 저장방법을 지원하기 위한 표준을 정의했다.
표준 자료 형식이기 때문에 규제기관으로선 CDISC가 적용된 표준 보고서만으로도 신약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미국 FDA는 2016년부터 전자문서(eCTD)로 허가를 신청할 경우 CDISC를 적용한 임상시험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했다. 일본이나 중국 역시 CDISC 적용을 의무화했고, 유럽은 제도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허가 신청의 상당수는 CDISC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는 CDISC 적용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관련 인력이 국내선 많지 않았고, 도입에 대한 각 회사의 니즈도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과거보다 CDISC 표준에 따른 임상 데이터 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긴 했지만, 여전히 뿌리내리긴 힘들다는 설명.
업계 역시 "국내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아직 CDISC 적용을 요구하지 않는데 억 단위가 넘어가는 금액을 들여가며, 굳이 CDISC 표준을 준수할 필요가 있나"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오츠카제약과 LSK Global PS 등에서 데이터 관리 임원으로 CDISC 기반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그가 지난해 9월 제이앤피메디에 합류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임상시험 자료 디지털화에 있어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CDISC를 보다 국내에 널리 보급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제이앤피메디 주력 서비스는 임상시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다.
그는 여기서 CDISC 표준을 자동화해주는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 출시를 준비 중이라 했다.
기존 제이앤피메디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Maven Clinical Cloud)' 외에도 메디데이터, 큐브 등 다양한 임상시험 데이터 소프트웨어에서 수집된 DB를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호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특히 데이터 품질에 있어 세계 규제기관이 원하는 CDISC 표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거라 강조했다.
이 상무는 "CDISC에서 제공하는 유효성 검사 규칙(Validation Rule)을 활용해 데이터 변환 후 자동으로 검증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이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가 CDISC 표준에 맞는지, 규제기관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즉, 데이터 검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 소모를 최소화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CDISC가 국내서도 뿌리 내린다면 신약심사 속도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각 스폰서마다 데이터 표준이 달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 담당자는 IND(임상시험 계획 승인신청)이나 NDA(품목허가 승인신청)를 낼 때마다 건별로 데이터 신뢰성을 직접 추적해야 하는 맹점이 있다.
그러나 CDISC를 적용하면 어느 회사가 제출을 하던 다 똑같은 양식이기 때문에 관련 심사시간과 신뢰도는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이 상무는 "어느 회사나 편하게 CDISC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국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마침 식약처도 최근 신약허가 심사 인력 보강과 시스템 개선을 올해 목표로 내세웠다. 국내서도 CDISC 적용 환경이 점차 조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도 그런 측면에서 이윤을 많이 내겠다는 목표보다 CDISC 표준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허가심사 기간을 단축시켜 규제기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분명 고객 입장에서도 리소스 투입 대비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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