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 없이도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이 가능하도록 배상체계를 강화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회복하고 의료환경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6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강준 과장은 '의료사고안전망 구축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강준 과장은 "의료개혁특위 논의에서 밝힌 의료사고안전망 관련 방안들은 하나의 개별적인, 건건의 제도 개선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의료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말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입법으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초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당시 환자와 의료계 간 이견이 컸다.
이에 의료개혁특위는 산하에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별도의 논의를 진행해왔고,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7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 8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서 의료사고설명 법제화,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혁신, 책임·종합보험개선 및 필수진료과에 대한 보험료 국가지원,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보상을 확대하는 등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재정지원을 한 바 있다.
강준 과장은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원만하고 합리적인 의료사고 분쟁 해결이 가능하도록 의료사고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사고 피해의 실질적인 회복을 지원하고 최선을 다한 진료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를 통해서 필수 의료 기피를 해소한다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갖고, ▲분쟁 해결 지원체계 확립 ▲공적 배상체계 강화 ▲형사체계 개선이라는 세가지 핵심 과제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선 핵심 과제 중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대변인' 제도를 신설하고 의료기관에 있어서는 전문 상담을 확대해서 분쟁조정절차에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균형적 논의가 가능한 감정구조를 만들어 복수 교차 감정이 가능한 의학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당사자의 조정 결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협의조정기회를 확대하고 감정에 대해서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하며, 그 배상의 기준도 표준화해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국민 옴브즈만' 도입, 감정조정 결과 공개 등을 추진한다.
두 번째로, 신속·충분한 배상 강화를 통해 빠른 분쟁해결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공적인 배상체계를 강화한다. 먼저, 책임보험가입 의무화다. 이를 통해 기관의 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책임보험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재원도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배상보험과 공제와 관련돼서는 합리적 위험도 평가체계를 구축해 적정보험료율을 산정하고 진료과별로 약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부분의 보험료율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 나간다.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5억원 이상 고액 배상이 가능한 특별배상체계를 만들고 소액사건을 신속하게 배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준 과장은 "중대사건의 경우에는 의료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배상액을 보험공제에서 반드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며 "이러한 배상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히 국가의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특별배상 상품들이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나가겠다. 최근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이 3억원까지 상향이 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확대할 대상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형사기소체계 개선이다.
강준 과장은 "의학적 전문성이 부족한 수사체계로 인해서 소모적 소환조사와 수사 장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계, 법조계, 수요자 등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 전에 사실조사와 의료감정결과를 바탕으로 합법적 보호가 필요한 필수의료인지, 실제로 중대한 과실이 발생했는지를 150일 이내에 판단해서 심의 판단 전에 소환 조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또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중대과실의료사고를 중심으로 형사기소체계 전환을 추진한다. 책임보험 가입, 의료분쟁조정제도 참여, 진료기록거부와 같은 기본적인 조건들을 바탕으로 의료사고 원인 및 피해에 대해서 신속한 실체 규명, 충분한 보상여건 마련 등이 갖춰진 경우에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사법적 보호를 적용한다.
강준 과장은 이를 위해 "당사자 합의와 조정 성립에 따른 '반의사불벌'은 현재 경상해에만 한정해서 인정되고 있는데, 중상해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의료개혁특위 산하 전문위에서도 굉장히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중대성을 고려해서 필수의료에 한정해서는 좀 적용하자는 의견이 있고,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에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에 향후 입법과정에서 보다 좀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강준 과장의 '의료사고안전망 구축방안' 발표 자료
아울러, 사법적 보호가 필요한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서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사 당국이 이를 존중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에 한정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에 준해 형 감경 또는 면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강준 과장은 의료사고 안전망 정책을 통해 "소송에 의존하는 부분을 확실하게 탈피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러한 전제는 환자가 충분하게 소통하고 신속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하게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도 현재보다 민형사상 부담을 덜고,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그동안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를 통해 논의된 내용을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포괄해서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논의, 국회 논의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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