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의 본질‥"세대 간 가치관 충돌에서 찾아야"

전공의 집단행동 반복되는 이유‥합리적 교육 vs. 권위적 정책 대립
"정부, 전공의 변화 읽지 못한 채 통제 기조 유지‥갈등 심화"
"의료정책 결정 방식, 이제는 전공의들의 시각도 반영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0 11:3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의정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에는 의료계를 구성하는 세대 간 가치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은 대한의학회 E-NEWSLETTER 기고문을 통해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의료계의 반발이라는 구도로만 해석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1971년 수련의 파동 이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돼 온 현상이다. 그러나 안 연구원장은 이번 사태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민정부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전공의가 과거 고도성장기의 전공의인 지금의 교수진과 교육에 대한 시각이나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너무나도 가난한 시절에 전공의 과정을 밟았던 선배들과 경제적으로 중진국에서 시작해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시대에 태어난 후배 전공의의 기대치는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 연구원장에 따르면, 전공의 교육 시스템은 일제강점기 '의국' 문화에서 비롯돼 주임교수 중심의 극심한 수직적 위계 속에서 형성됐다.

그는 "과거에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전공의들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교육과 수련 환경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며 "새 세대는 전공의에게 합리성을 상실한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고, 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기존의 방식으로 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안 연구원장은 "불행히도 과거나 지금이나 젊은 학생과 전공의 의견마저 반체제 활동이나 반사회적 활동으로 규정하려 한다"며, "정권이나 관료에게 순종하지 않는 집단은 자기 이익 이외는 돌보지 않는 '사악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국민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철저히 통제받아야 한다는 이념이 강하게 지배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단순한 대립을 넘어, 의료 시스템과 교육 구조를 시대에 맞게 개혁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권위적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계와 소통을 확대하고, 의료계 역시 내부적으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조율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연구원장은 "과거 70년대의 가치관이 아직도 존속하며, 이제 90년대 이후의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와 적절한 변화와 적응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의사의 집단행동은 다 불법이고 문민정부가 부활시킨 유신시대 긴급조치인 '업무개시명령'이 살아있는 한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은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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