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정면돌파 나선 대개협‥"불공정 구조 반드시 고칠 것"

공급자는 협상 배제, 의원급 수가는 최저 수준‥'수가협상 정상화' 없으면 의료계 피해 지속
대개협, 저수가·차등 환산지수 문제 해결 위한 공청회 개최‥의료계·공단·복지부 참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1 06:00

대한개원의협의회 기자간담회.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개원의사협의회가 202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전면 대응을 선언했다. 낮은 수가 인상률과 불공정한 협상 구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개협은 보험정책단을 중심으로 지난 몇 년간 파행된 수가협상의 흐름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개협은 수가협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했다.

대개협은 지난해 8월 보험정책단을 출범시키며 수가협상 전략을 새롭게 다졌다. 의협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아, 2026년도 수가협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보험정책단은 강창원 단장과 안영진 부단장을 필두로, 각과 의사회의 보험 담당 임원들이 참여해 수가협상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1977년 건강보험이 출범할 당시, 의료 수가는 관행 수가의 50%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후 매년 소비자 물가와 최저임금이 평균 4~10% 상승했지만 수가 인상률은 1~3%에 그쳤다.

대개협은 2023년도 수가협상을 주도했으나 의원 유형에 대해 유독 낮은 2.1% 인상률이 제시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대개협은 2년간 위임받았던 수가협상 권한을 의협에 반납했다.

그럼에도 2024년도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원급에 제시한 수가 인상률은 1.6%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도입된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여기에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의원의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가 차등 적용됐다. 정부는 수가 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에 각각 나눠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으며, 최종 수가 인상률 1.9% 중 0.5%만 환산지수에 일괄 적용되고 나머지 1.4%는 진찰료 인상에 활용됐다.

대개협은 2025년 수가협상에 대해 "법적 근거조차 없는 정책이 강행되면서, 현행 수가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기형적인 환산지수 적용 방식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혼란과 경영난이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20일 건보공단 정례 보고에서 정기석 이사장은 2026년 수가협상에서도 환산지수 차등 방식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개협의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당시 정 이사장은 "수가를 일괄 적용하는 대신 차등 적용해 기본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에 더 많은 재정을 배분하겠다"고 발언했다. 올해 공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재정밴드 내에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상대가치점수를 추가로 반영할 방침이다.

대개협 최경섭 보험이사는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건보공단이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고수하는 데다, 상대가치점수까지 반영해 수가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수가협상을 짜깁기 방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원 보험정책단 단장도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이 저평가된 의료 분야의 수가를 상향 조정해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실제로 이 추가 재원은 상급병원의 구조전환 지원사업이나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험정책단 강창원 단장. 사진=조후현 기자
대개협은 수가협상에서 활용되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SGR 모델은 적용 기준 시점과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목표 진료비 산출 방식의 타당성이 흔들리며, 거시적 진료비 관리 기능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수가협상 과정에서 SGR 모델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문제로 언급됐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년 협상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모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 뿐 기본적으로 이 모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SGR 모형은 미국에서 급증하는 진료비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목표 예산 모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환산지수 삭감 신호로 인해 미국 의회는 매년 법안을 수정하며 적용을 유예해야 했다. 이 모델은 비효율성이 확인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고, 현재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된 상태다.

최경섭 보험이사는 "수가협상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SGR 모형"이라며 "이 모델은 미국에서도 폐기된 방식이며 자료 부족과 비효율성이 크다. 미국조차 환산지수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로 나오자 사용을 중단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이를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원 단장도 "수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환산지수 산출 방식이 SGR 모형에 의존해온 한계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서비스가 저수가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SGR 모형을 적용하면, 환산지수 정체는 불가피하다. 이 모델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이 도입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의료계는 수가 조정을 위한 선별적 인상 역시 본질을 왜곡한 정책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강 단장은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수가가 지속적으로 낮게 인상되면서 의료기관들이 행위량 증가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수가 모델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 보험이사도 "이 모형이 유지되는 한 저수가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저수가 체제에서는 의료행위량 증가와 비급여 확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배제돼 있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특히 수가협상 직전까지도 재정 규모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강창원 단장은 "공단은 의료계를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협상이 결렬돼도 공단에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지만, 의료계는 오히려 처음 공단이 제시한 수가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관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협상을 객관적으로 조정할 중재 기구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구조를 규탄했다.

대개협은 현재의 수가협상 구조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2026년 수가협상에서는 반드시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수가협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형민 공보부회장은 "수가가 국민들에게 1년 동안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협상력 측면에서 공급자 단체인 의사들이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수가협상은 불공정한 게임이었다"고 토로했다.

대개협은 이번 2026년 수가협상을 통해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수가협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오는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담당한 김진현 교수가 발제문을 발표한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부장이 '2026년 환산지수 연구 방향과 현행 수가 계약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실무자도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

대개협은 이번 공청회가 수가협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료계·국민건강보험공단·보건복지부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경섭 보험이사는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맡은 김진현 교수와 건보공단 실무자가 함께 참석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이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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