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유한양행이 의약품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데 이어, 지분 매입으로 제2·3 렉라자를 찾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가 그간 쌓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한양행은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기업 3곳에 15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공시에 기재한 투자 목적은 경영 참여다.
유한양행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한 업체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다. 지난해 12월 이 회사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상환전환우선주 12만2164주(보통주로 전환 시, 지분율 6.7%)를 약 70억원에 매입했다.
이번 투자는 유한양행이 해당 기업과 체결한 계약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3월 유한양행과 사이러스테라퓨틱스·카나프테라퓨틱스와 최대 2080억원 규모로 'SOS1 타깃 항암제' 후보물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유한양행은 SOS1 타깃 항암제 개발 및 상업화 독점적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았다며, 비임상에서 임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젠'과 '노보메디슨'도 지난해 유한양행이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60억원, 20억원을 투입해 프로젠(전환우선주)과 노보메디슨(상환전환우선주)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보통주로 전환하는 경우, 유한양행이 보유한 프로젠과 노보메디슨 지분은 각각 30.6%, 19.1%다.
프로젠과 노보메디슨은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마찬가지로 의약품 연구개발 부문에서 유한양행과 연을 맺고 있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등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프로젠과 손을 잡은 바 있으며, 만성질환 치료제 등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보메디슨(전(前) 지놈오피니언)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메디파나뉴스 재구성
현금 등 자산 기반으로 R&D 협력 집중…연구개발 선순환 이어가
이런 행보는 '렉라자(레이저티닙)' 뒤를 이을 제2·3 렉라자를 찾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임원진은 의약품 연구개발 협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장)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10여 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도입해 바이오 벤처기업 등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전략적 제휴 방식으로 협력한 게 성과로 나타났다"며 "협업을 강화해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영미 유한양행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R&BD) 본부장(부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히 바이오 벤처에서 만든 파이프라인에만 집중하지 않고, 초기 단계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양행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2715억원이다. 이는 전년 2391억원 대비 13.6%(324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10년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가장 컸던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3312억원)이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증가를 이끈 건 레이저티닙 기술료다. 유한양행은 미국에서 레이저티닙 병용 요법 승인 및 상업화 개시에 따라 얀센 바이오테크에서 6000만달러를 수령했다.
이는 R&D 투자가 기술료 수입 등 성과로 나타나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 회사는 이와 관련해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매년 1건 이상 기술 수출과 매년 2개 이상 파이프라인 신규 임상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등 협업뿐만 아니라 M&A을 통해 의약품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증권업계는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이 회사가 여러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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