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문근영 기자]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어려움이 가중됐다.…의정갈등으로 전체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유보됐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 CSO 신고제 실시 및 지출보고서 공개 등 잇따른 변화에 제약기업 마케팅·영업환경이 옥죄여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기업을 상대로 지난 1년간 영업·마케팅 환경 변화에 대해 물었다. 이번 설문은 메디파나뉴스가 서면 조사 등의 방법으로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실시했으며, 국내 제약업체 36곳이 참여했다.
제약회사 36곳을 연간 매출액 규모로 구분 시, 1조원이 넘는 기업은 19%다.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업체와 3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인 회사는 각각 25%, 17%다. 1000억원 이상 3000억원 미만인 업체는 36%,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3%다.
◆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이유…'CSO 난립 경쟁 심화'·'의정갈등'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약기업들이 '마케팅·영업환경 현장에서 어려움이 증가했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로는 'CSO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와 '의정갈등'이 꼽혔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설문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CSO 난립에 따른 경쟁심화'와 '의정갈등'이 각각 39%, 35%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의사들의 MR 기피' 14%, '기타' 7%,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 5%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 나온 영업환경의 어려움에 영향을 끼친 요인은 ▲신제품 숫자의 감소 ▲생산원가 증가 ▲제네릭 약가인하 등이었다.
특히 한 제약기업 마케팅·영업 관계자는 기타 의견에 "CSO 난립으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심화함으로써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가 발생했다"면서 하나의 요인이 다른 요인에 영향을 미쳐 연쇄적으로 영업환경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의정갈등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제약기업 관계자 A씨는 메디파나뉴스 설문조사 내 질의응답에서 "의료 현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의약품 공급과 관련된 의사 결정이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있었다"면서 "의료진과의 소통이 제한되면서 제품 디테일을 제공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제약 경로(종합병원, 세미, 의원) 간의 밸런스가 변화하는 등 회사 전략방향과 영업형태에도 변화가 생기는 상황이 어려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기업 관계자 B씨도 "지난 1년 동안 의정갈등으로 정부의 규제 강화와 면허 취소 및 행정 처분 경고 등의 위협 속에서 진료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을 봤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정부 정책에 대해 걱정했다"면서 "교수들의 업무 가중에 따라 면담을 기피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도 등에 많은 변화가 발생한 지난 한 해동안 마케팅·영업 분야에 대한 업무 부담감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사이 영업 압박으로 인한 업무 부담이 증가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은 '매우 그렇다' 8.5%, '그렇다' 50%로 총 58.5%가 부담감을 호소했다. '보통이다'는 33%, '그렇지 않다'는 8.5%였다.
부담감이 증가한 이유는 '매출 압박'이 61%를 차지해 압도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의정갈등'이 26%,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 7%, '기타' 3%, '업무시간의 증가' 3%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 의견에는 '회사 판관비의 감소'가 언급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 C씨는 "전공의 수 부족에 의해 입원·수술 환자가 감소하면서 원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관련 품목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기업 관계자 D씨도 "전공의 집단 사직과 진료 시간 감소로 환자 수가 줄었고, 이는 결국 매출 압박으로 다가왔다"면서 "의사 면담 거부나 병원 출입 금지 등 거래처 방문이 불가하면서 매출 감소가 일어났다"고 부연했다.
◆ 의정갈등 속 마케팅·영업 대면 디테일링 '난항'
설문조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회사 47%는 지난 1년간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면 디테일링(Detailing)에 어려움을 느꼈다. 특히 47% 중 3%는 같은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영업·마케팅을 위한 병원 방문 횟수 감소는 대면 디테일링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약업체 38%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병원 방문 횟수(영업·마케팅 목적)가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병원은 1·2·3차 의료기관을 통칭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제약업체 36곳 답변을 종합하면, MR이 출입하는 병원은 '1차 의료기관' 31%, '2차 의료기관' 37%, '3차 의료기관' 32%로 나뉜다.
이와 관련, 제약기업 관계자 E씨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 등 영향으로) 정상적 진료가 어려워져, 대면 디테일링에 제한이 생기거나 이전처럼 원만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제약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F씨는 "전공의 부재로 진료 연계성이 악화됐고, 교수들이 당직을 서느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면서 "의료진과 소통이 줄어 대면 디테일링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방문 횟수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제약업체 중 51%는 병원 관련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48%는 '실제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3%는 '매우 그렇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보고서나 기업설명회(IR) 등 자료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다. 해당 자료에서 제품, 상품 등 품목이나 사업 부문별 매출액 증감을 확인할 수 있으나, 실적이 감소한 구체적 원인을 확인하긴 쉽지 않다.
제약기업은 메디파나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부연했다. 일례로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G씨는 "의료진 피로도 가중으로 MR 기피와 원내 입원환자 감소가 나타났고, 관련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제약업체 관계자 H씨는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교수 업무가 늘어나, MR이 교수를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환자도 줄면서 수액제 등 원내 처방 의약품 매출 하락을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 마케팅·영업 활동의 어려움…제약기업 성장동력에도 영향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한 마케팅·영업 활동의 어려움은 매출뿐만 아니라 제약기업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신제품 출시 및 임상시험 진행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 I씨는 "신규 환자 진료 감소로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 홍보 효과도 감소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 J씨는 "환자 수 감소로 시판 후 조사 등 필수적인 임상시험 진행도 지연됐다"고 했다.
제약 마케팅·영업 환경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제약업계 관계자 K씨는 "해외 의료전문가(HCP)들의 에스테틱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규제나 제한도 계속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며 "신규 개원 병원 등 대상 거래처가 많아짐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도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