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찰시간, OECD 절반 수준‥'저수가 탓'만은 아니었다

OECD 평균의 절반 진찰시간‥분당 진찰료는 21개국 중 9위
"수가만으론 해결 못해"‥의료인력·진료구조·재정 개편 병행돼야
복지부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평균 18.5분‥일차의료 확대 필요성 제기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18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3분 진료'는 단순한 과장이 아닐 수 있다.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진찰시간, 이 안에서 병력 청취부터 처방까지 마쳐야 하는 현실은 한국 일차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원인을 '낮은 진찰료'로만 돌리기엔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의 '일차의료 의사의 진찰시간과 진찰료의 국가 간 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OECD 21개국을 대상으로 진찰시간과 진찰료, 지불제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일차의료 평균 진찰시간은 6.3분으로 일본(6.1분)에 이어 두 번째로 짧았다. 

이는 OECD 평균 진찰시간인 12.7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진찰료 역시 16.07달러로 21개국 중 하위 두 번째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분당 진찰료'다. 진찰시간 대비 진찰료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2.55달러로 21개국 중 9위에 해당했다. 

이는 "진찰료가 낮아서 진찰시간이 짧다"는 단순 인과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학협동과정 조승연 박사는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낮은 진찰료에도 긴 진찰시간을 유지한 반면, 한국과 독일은 낮은 진찰료와 짧은 진찰시간이 함께 나타났다"며 "진찰시간을 결정짓는 요인은 단순히 수가 구조에만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불제도별로도 진찰시간에 차이가 있었다. 봉급제를 채택한 국가는 평균 17.5분으로 가장 길었고, 인두제는 10.6분으로 가장 짧았다.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 국가의 평균 진찰시간은 13.7분이었다.

미국과 호주는 진찰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구간별로 세분화해 적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예를 들어 호주는 20분 미만 진료에 37.05호주달러, 40분 초과 진료에는 105.55호주달러를 지급한다. 미국 메디케어 역시 진찰 강도와 시간에 따라 5단계로 진찰료를 차등화하고 있다.

조 박사는 "진찰시간을 기준으로 수가를 차등 산정하는 구조가 진찰시간 확보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단순한 진찰료 인상만으로는 짧은 진료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진찰시간이 길어지면 외래 환자 수가 감소하게 되고, 이는 진료 대기 증가와 진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90% 이상이 전문의로, 일반의 중심의 체계를 운영하는 유럽이나 호주 등과는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초진·재진 간 진찰료 차이도 크지 않다.

조 박사는 "진찰시간 증대를 위한 수가 구조 개편 외에도 ▲적정 의사 인력 확보 ▲불필요한 외래 진료 예방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정책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의 평균 진료시간은 18.5분으로 산정기준인 15분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박사는 "의원급 일차의료 기관을 대상으로도 진찰시간 기반 수가 차등화나 심층상담 제도를 시범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일차의료에서 최소 진찰시간을 설정하고 이를 반영한 수가 산출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 수가 모형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원가 산정 기반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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