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도뇨 카테터 '1일 6개' 한계‥환우들 "요양비 현실화해야"

자가도뇨 카테터 하루 6개 한도 10년 넘게 유지…실제 사용은 8~10회
수분 섭취 줄이고 감염 위험 감수…일회용 재사용까지 "삶의 질 하락"
10년째 그대로인 기준에 환자들 '불편 일상화'‥"선진국처럼 제한 없애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8 06:0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자가도뇨 카테터가 생명과도 직결되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지급되는 요양비 제도가 10년 넘게 개선되지 않아 환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하루 평균 8~10회 도뇨가 필요한 현실에서 현행 6개 한도 기준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2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민원은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소속 환자 및 가족 53명의 탄원 동의서를 포함하고 있다.

이분척추증은 태아의 신경관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으로, 척추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고 척수 신경이 손상된 채 태어난다. 이로 인해 배뇨와 배변 기능은 물론 보행에도 장애가 생기며,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대소변을 해결할 수 없어 자가도뇨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자가도뇨가 방광염 등 비뇨기계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가도뇨 카테터의 요양비는 1일당 9000원, 최대 6개로 제한돼 있다. 이는 2013년경 요양비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양은경 부대표는 "이분척추증 환자들은 대개 하루에 8~10회 도뇨를 하는데, 현행 기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때 도뇨하지 못해 수분 섭취를 자제하고, 결국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가 갤럽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2024년 이분척추증 환자의 삶의 질 연구조사'에 따르면, 환우 및 가족 96명 중 59.4%가 하루 6개의 카테터는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50.9%)이 8개가 적절한 수량이라고 응답했다. 환자 대부분이 방광염, 요실금 등 비뇨기계 합병증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환자들이 사용하는 친수성 코팅 자가도뇨 카테터는 1개당 약 2500~3000원으로, 하루 6개 기준으로도 1만5000~1만8000원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은 일회용 제품을 반복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감염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양 부대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하루 필요 수량은 5개에서 8개 이상까지 다양하다"며 "획일적인 급여 기준이 아니라 환자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자가도뇨 카테터 사용에 대한 환급 한도를 두지 않는 등 보다 현실적인 급여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김재학 연합회 회장 역시 "현행 요양비 제도로 인해 이분척추증 환자들은 마음 놓고 소변을 보는 것조차 어렵다. 환자들이 매일 카테터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향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 기관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하고, 자가도뇨 카테터 요양비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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