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수술로봇 등 신 의료기기 개발은 공과대학만의 영역이다?
의료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제품 개발 후 임상실험 등 의료 현장과의 밀접한 관계가 필수적인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병원과의 공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최근 수술로봇 및 로보틱 기기에 대한 정부의 지원 속에 다양한 정부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유독 두각을 보이는 병원이 있으니, 바로 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성공적인 의료 로봇 연구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아산병원 의공학과/의공학연구소 최재순<사진> 부교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내 7대 의료로봇 과제…5곳에 서울아산병원 참여
현재 우리나라의 7대 의료로봇 프로젝트 중 서울아산병원이 관여하고 있는 의료로봇 개발 프로젝트는 총 5가지.
서울대학교 의용생체공학 박사로 지난 2012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에서 의료 로봇 연구 개발에 힘 써온 최재순 교수는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이 참여하고 있는 의료로봇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지난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속에 서울아산병원 주관으로 개발하고 있는 과제인 침생검을 돕는 의료 로봇(Needle insertion type intervention robot)이 있다.
침생검은 조직검사 과정에서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중공침을 생체 내 기관에 찔러 넣어 조직 일부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으로, CT 촬영을 하고나서 의료진이 직접 시행하다보니 부정확한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CT 내부에서 의료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침생검을 실시하는 의료 로봇을 개발해, 보다 정확하게 조직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의료로봇의 목적이다.
최재순 교수는 "현대 중공업이 제품 사업자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시제품이 나와 있으며, 2017년 초에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하반기에는 환자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현대중공업이 주관으로하는 정형외과의 골절 및 인대 재건(Ligament reconstruction/ bone fracture reduction surgery robot) 의료로봇 개발에도 참여기관으로 함께 하고 있으며, 포항공대에서 진행 중인 각막 이식 수술 로봇(Artificial cornea biofabrication system and implantation surgery assit robot) 개발에도 서울아산병원의 안과가 함께 참여하며 임상실험을 돕고 있다.
의료로봇 개발의 경우 대부분 산업부가 사업 주최가 돼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에서도 유일하게 로보틱 디바이스 개발에 대해 공모를 진행 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심장 중재 수술에 들어가는 카데타(catheter) 원격 조정장치(Active catheter and robot system) 개발에도 서울아산병원이 중소기업과 협업하여 참여하고 있다"며 "카데타 로봇틱 디바이스는 실제 임상실험이 가능한 제품이 나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 의공학연구소와 병원 임상 연구자의 환상적 '콜라보레이션'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료로봇 개발 중 5가지 프로젝트에 서울아산병원이 참여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재순 교수는 "병원 안에 의공학 연구소가 있다 보니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점, 개발 과정에서 부족한 점 등을 즉각 교류하며 더욱 효율적이고 활발한 연구개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병원 내 임상 연구자들의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임상 의료진하고 공학자가 서로 분리되기 보다는 한 팀으로서 협조가 잘 이뤄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의료 현장에서의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면 이는 죽은 아이디어와 같기 때문에, 임상 현장과의 교류가 중요한 현실이다.
이에 정부도 산-학-연의 공조를 적극 촉진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 등을 지정하며 독려하고 있지만, 이처럼 개발에 적극 참여해 성과를 뚜렷이 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최 교수는 "공학자로서 서울아산병원의 개발 환경에 만족한다"며 "개발 팀을 이끌며 병원 안에서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를 위한 개발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임상실험에 있어서도 빠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의료로봇의 미래…경쟁력 갖추기 위해 힘써야
국내 의료로봇 개발에 선두를 나서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이지만, 이제 시작단계인 의료로봇 시장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다빈치 등 해외 의료로봇과의 경쟁은 물론, 미국 등 해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악한 투자 환경, 고가의 의료로봇의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공모를 통한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의료로봇 개발 현황은 과거에 비하면 매우 좋아졌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투자 비용이 수 배 차이가 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재순 교수는 "투자한 비용이 결과를 내 얻은 수익이 선순환을 통해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발만이 아니라, 개발 이후 시장화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복강경 수술 로봇인 다빈치의 보급이 우리나라보다 매우 뒤 떨어졌지만, 일본 식약처를 통과한 후 보험으로 등재되면서 1~2년 만에 다빈치가 폭발적으로 보급된 사례가 있다.
그는 "국내에서도 의료로봇에 대한 보험 등 공공에서의 부담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의료로봇의 시장화는 '경제적인'면과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비용절감은 물론,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산업부의 경우 로봇 개발 분야에 있어 시범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재활 로봇 등 비교적 비용이 적게드는 로봇에 대해서만 보급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도 신 의료기술 및 의료로봇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로봇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기획을 준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과 중동 등 의료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로의 의료기기 수출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폭발적으로 병상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부족한 의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의료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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