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최초 합작 '정성녹십자제약센터'<br>‥중단 12년, 재가동 가능성은?

녹십자 "정부 긍정적 신호 있으면 언제든 재협력 검토"‥복지부, 다양한 北 의약품 생산 지원 검토중

신은진 기자 (ejshin@medipana.com)2018-07-02 06:09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남북 최초의 합작제약공장이었던 정성녹십자제약센터 재협력·가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 배경 등을 이유로 협력이 중단된 지 12년만의 일이다.
 
1995년 제약업계 최초로 남북 경제협력 사업자로 지정된 녹십자는 2000년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에 정성녹십자제약센터를 준공, 가동했다.
 
유로키나제를 생산하는 센터는 양측이 각각 312만 달러를 투자해(녹십자:생산설비, 조선광명성총회사:토지 및 건물) 남북경협사업 중 합작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평양 시내에 공장을 건립했다. 녹십자는 기계설비나 기술이전·제품구매 및 수출을, 북한 측은 공장운영과 원료 수집을 담당하는 식으로 경영이 이뤄졌다.
 
그러나 북측이 정제기술 이전 및 설비 추가 제공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녹십자 파견 근로자 철수 이후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제품 품질이 하락하면서 2006년 합작관계는 종료됐다.
 
협력관계 청산 이후에도 북한은 정성녹십자제약센터 운영을 지속했고 현재 유로키나아제 외에 수액제를 추가 생산중이다.
 

녹십자와 조선광명성총회사의 관계가 청산되면서 의약품 분야에서 남북 간 대화는 10년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소통이 사실상 완전 단절됐었기에 최근 의약품 분야 남북협력 방안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 정성녹십자제약센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녹십자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성녹십자제약센터 재협력·재가동 문제는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해외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북한은 굉장히 특수한 관계지 않나"라며 "정부에서 긍정적인 신호만 준다면 당연히 재협력·재가동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현재 북한 내 의약품 생산을 목적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중이다.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협력 TF팀장은 2007년~2009년 사이에 협의된 ▲북한 제약공장 의약품 생산 협력사업 계획과 ▲제약 인프라 복구를 위한 남북보건당국간 합의를 기반으로 대북 의약품 정책 기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품을 지원하는 단기정책과 함께 북한 내에서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발협력 방안을 설계하겠다는게 복지부의 계획이다.
 
김 팀장이 공개한 '북한 제약공장 의약품 생산 협력사업'에는 정부가 개발지원의 성격을 가지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민간단체에게 추진토록 정책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2007년 12월 개성에서 체결된 '남북보건의료협력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 합의서'에는 '남과 북이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에 맞게 북측 제약공장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을 제공하며, 설비 현대화와 관련한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제1항 4조로 포함되었다.
 
협의 내용을 기반으로 2018년판 대북지원책이 마련된다면 남북 의약품 분야 '협력 1호 대상'은 정성녹십자제약센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항생제, 백신, 수액 등 필수의약품을 생산중인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진출에 대한 각종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기대감은 있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며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업계의 계획이나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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