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학수고대'<br>'완전무결한 약은 없다'‥사회적 필요 높지만, 안전성 고려해야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 개발 이제 시작 단계
안정성 충분히 검증하려면 5~10년 걸려‥지속적 지원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04-18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개발된 치료제와 백신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막심하기 때문에 '바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안전성 평가를 위한 과학적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당부다.
 

지난 17일 오후 4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COVID-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온라인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카카오TV, 네이버TV,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 된 이날 포럼에서는 전 국민의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최근 정부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조기 성공을 돕기 위해 임상 심사 기간을 기존 6주가량에서 7일 이내로 단축하고, 추가경정예산·긴급연구자금·예비비 등을 투입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또 원활한 정보 수집을 위해 국제공조체계를 구축·강화하고 연구시설, 병원체 자원과 임상 데이터 등을 민간에 개방하여 활용토록 하며, 지난 12일에는 치료제·백신 개발 조기 성공을 돕는 '민관 합동 범정부지원단'을 구성하여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특단의 조치는 국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는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이날 전문가들의 발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효과성과 안전성 있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걸리는 기간이 5~10년인 만큼 일반 국민의 현 요구에 맞춰 신속히 개발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국내외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한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현재 후천면역을 간섭하지 않고, 선천 면역을 떨어뜨리지 않는 약물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후보군에 대한 효과와 예방 연구를 고려하고 있다"며, "Rilpivirine, 트루바다, 말라리아 치료제, 헤파린, 길항제인 anti-C5a antagonist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들이 임상시험을 예상할 수 있는 후보군"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또한 "선천면역을 높이는 iga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항체 치료, 혈장치료에 대한 고려도 하고 있으나, 이는 동물실험 등을 통해 아주 정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80%가 경미한 환자이며, 나머지 15%도 가벼움 폐렴과 중등도 폐렴이기에 기존 약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치료제를 도입할 때는 동물실험을 여러번 거쳐 충분히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해외 코로나19 임상1상 진행중인 백신 개발 현황 (아래)국내 백신개발 현황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1상이 진행 중인 백신 5가지 사례 및 국내 백신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국립보건연구원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스마젠/IVI △지플러스생명과학 △제넥신 △한국화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연세대 △가톨릭대 등 10곳에서 백신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임상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다.

황 회장은 백신은 문제가 없는 정상 일반인에게 접종하는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기에, 충분한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RNA 바이러스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은 변이에 취약해 백신 개발 후 상용화 되는 시점의 효력을 확신할 수 없어,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감염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낮아 당장 백신 개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박혜숙 이화여자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치료제 백신의 과학적 평가 과정을 설명하며,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시급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 이루어지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중요 단계가 빠지거나 설계가 미미함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FDA 자료 분석 연구에서도 자료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부작용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 드러났고, 안전성에 대한 프로파일 근거 정보가 많은수록 승인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 나타났다. 결국 빠른 심사는 사회적 요구도가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근거자료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제 개발은 이제 시작 초기단계다.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여 실용화하는데 시간이 걸림에 대해 국민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며, "의학적 백신 개발 전까지 대안적 예방책으로 백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성민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 박병주 서울대 교수(좌장),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뒤이은 패널토의에서도 전문가들은 사회적 요구에 떠밀려 급박하게 진행되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그 효과와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민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과 신약개발에는 보통 10~15년 걸리고, 치료제는 임상 대상자가 수천 명이 백신 개발은 수 만명의 임상 대상자가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19의 파급력이나 중증도를 봤을 때 오랜 시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 사실이지만 혹시나 하는 부작용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의 교훈도 소개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수면제, 임산부의 입덧 억제약으로 많이 쓰인 약이었으나, 충분한 임상시험 없이 사용돼 해당 약제를 사용한 임산부에서 태어난 1만 여명의 아이들이 장애를 갖고, 그 중 40%는 사망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에 대한 필요도는 굉장히 높지만, 아주 급하게 개발하고 사용할 경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에서 사망률이 높은 대상은 기저질환이 있고, 연세가 많은분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은 위험이 중증도가 높은 대상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겠지만,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대상을 좁혀서 임상시험을 시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박병주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의학한림원 부회장) 역시 "완전 무결한 백신 치료제는 없다. 약물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risk)와 베네핏(benefit)을 잘 고려해야 한다. 즉,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안전성에 문제 있다면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라고 동조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팀장은 "사실 각국에서 백신 후보물질은 나왔는데, 백신을 평가할 방법이 없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연구소들이 문을 닫았고, 당장 코로나19만 연구하는 연구소만 일부 열린 상태다. 오히려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백신 개발이 왜 미국보다 늦느냐 질문을 하는데, 절대 우리나라에서 백신 개발 늦다고 할 수 없다. 미국에서 임상 1상 넘어간 이유는 메르스 사태때 이미 메르스 백신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준비해 거기에 코로나19 항원을 집어 넣어 바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미국 식약처에서 허가해 주었기 때문이다"라며, "임상 1상은 짧은 시간 내에 항원 특성만 분석하는 거라 임상 1상 이후 2상으로 넘어가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임상 1상 들어갔다고 해서 내일 당장 백신이 나온다는 것은 오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돈으로 앞당길 수 없다. 에볼라, 메르스 등 앞서 경험한 감염병처럼 1년 정도 있다가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중요한 감염병 치료제 백신 연구에 플랫폼이 대한민국에 구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끝나도 끝까지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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