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신건강' 챙긴다더니…시설강화로 입원병실은 '축소'

의료계·환자가족 입모아…중증 심화되기 전 집중치료 중요한데, 급성기 병상 부족 '우려'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4-06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국민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계획'이 환자 당사자와 가족들은 물론 의료계로부터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신질환 조기 발견 및 급성기 집중치료를 강화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대책 없이 진행되는 시설강화 정책으로 그 기반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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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제2차 정신건강복지계획을 발표한 이후 후속대책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공포·시행하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자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블루',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사건' 등 각종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민 정신건강을 살핀다는 계획이지만,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순이 발견된다.


정부는 정신질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기 정신질환자를 조기발굴해 지원할 것을 약속하며, 정신질환이 첫 발병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환자의 인권과 회복, 의료기관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치료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며,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 및 중증도별 병동 및 의료인력 배정 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을 통해 감염병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 예방 및 관리 강화를 위한 시설기준을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3월 5일 시행일로부터 입원실 면적 기준을 1인실은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하고,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現 입원실당 정원 10명 이하)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며, 병상 간 이격거리도 1.5m 이상으로 늘렸다.


다만, 기존 정신의료기관은 코로나19 상황 및 시설공사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해 8병상 이하도 허용하되, 2023년 1월 1일부터는 6병상 이하 및 이격거리 1m이하로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입원실에서의 침상 사용과 함께, 화장실(신규 정신의료기관만 적용),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격리병실을 두도록 하여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역량도 강화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 예방 및 관리 강화를 위한 시설기준 개선이지만, 시설 기준 개선으로 입원 병상 감소가 불가피하면서 의원급의 입원병실은 2년 내로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150병상의 중소규모 입원시설은 병상 수의 40%-50% 정도, 대형정신병원도 병상 수의 4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역시 정신응급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가운데, 이대로 가다간 정부가 약속한 '정신건강 국가책임'이 아닌,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회는 "2019년 진주방화사건 이후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확산되고, 신규정신병원의 개설이 지역사회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일련의 정신과 강력범죄 사건은) 정신질환의 급성악화 시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행규칙의 적용과정에서 특히 도심지역의 입원 병상이 급감하면 응급 및 급성기 입원이 더 어려워지며, 적절한 급성기 치료에 실패하고, 정신응급 사고는 증가하면서 또 편견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사회 재활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탈수용화는 지역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하는 환자의 권리가 상실되며, 이는 온전히 당사자와 가족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퇴원해 돌아갈 지역사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병상을 줄임에 따라 극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 가족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 가족 협회인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은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고 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급성기 치료를 위한 응급 입원 병상이 부족하게 돼, 적기에 환자들이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퇴원하여 돌아가야 하는 곳이 사회여야 하지만, 실제는 가정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로인해 가족들은 사회 생활이 제약되고,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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