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조현병 존속살인 사건②<br>해법은 '사법입원 제도'…답 알지만, 실현 어려운 이유는

정신질환자 입원치료, 가족에게만 책임…응급입원 역시 인권 문제 등으로 경찰 부담 커
해외에선 법원·준사법기관이 입원 결정하는 국가 시스템 작동…"사회적 의지 있어야 가능"

조운 기자 (good****@medi****.com)2021-05-17 06:08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진주 방화·살인 사건, 故임세원 교수 사건 그리고 남양주 조현병 존속살인 사건.


반복되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사건의 공통점은 증상 발현 후 치료가 지연되고, 뒤늦게 치료가 진행돼도 치료가 지속되지 못하고 중도에 중단돼 결국 재발했다는 점이다.


병식이 없는 정신질환자 치료의 책임이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만 있다보니,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의 정신질환이 치료되지 못한 채 만성화돼 끝내 범죄로 까지 이어진 것이다.


물론 경찰 등에 의한 응급, 행정입원제도가 존재하지만, 정신질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제도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론 환자가족들은 중증정신질환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일찍부터 그 방법으로 '사법입원제도'를 제안해왔다.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핵심은 비자의입원 결정 책임을 '사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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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대신정)는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번 조현병 존속살인 사건 관련 긴급 언론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신정 법제이사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만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입원 책임을 지우는 현 시스템으로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지킬 수 없음을 지적하며,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병식이 없어 입원을 거부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자·타해 위험'을 보이는 동시에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정신질환자에 한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로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보호의무자의 의지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치료가 담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응급입원제도와 행정입원제도가 있지만,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출동한 경찰이 결정하도록 하는 현 제도에서는 인권 문제 등 경찰이 부담해야 할 책임이 너무 커 해당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입원 필요성을 인지하더라도 24시간 응급입원 환자를 위한 병실을 찾는 것이 어려운 점도 큰 문제다.


따라서 백종우 교수는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은 지난 1998년 뉴욕 켄드라(Kendra)법의 시행을 통해 법원심사에 의해 중증정신질환자의 외래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법정(Mental Health Court)의 전문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하는 것이다.


호주와 영국의 경우 법원이 아닌 '정신건강심판원'이라는 준 사법기관에서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해외였다면,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 경찰이 출동했을 때, 경찰은 100% 이송만 담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해당 환자는 입원됐을 것이다"라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응급한 상황에서 전문 의료진이 입원의 판단을 내리고, 비자의 입원 72시간 안에 법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 등 사법기관에서 개인의 신체적 자유에 대한 구속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는 정신의료기관의 일정 비율을 응급입원 환자를 위해 비워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족만이 비자의 입원을 시킬 수 있다. 그렇다보니 병식이 없는 환자는 가족과 갈등을 벌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족에게 더 공격적이 돼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용 들어가는 '시스템' 구축…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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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한 신경정신의학회의 주장은 이미 일련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꾸준히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통해 전문가들이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백종우 교수<왼쪽 사진>는 "우선순위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도 들어간다. 현재 우리나라는 판사 정원제에 따라 판사의 숫자가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재 법원에서 따로 인력을 내어 전문 판사를 양성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적정성 여부만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학회는 영국이나 호주의 사례처럼 ‘정신건강심판원 설립’ 등을 제기했으나, 역시나 비용의 문제이다 보니, 다른 문제들에 의해 우선순위가 밀려 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 먼저 중증정신질환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에는 환자가족, 피해 당사자들도 이 같은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가지며, 학회와 힘을 합쳐 문제를 정부에 필요성을 제기하고, 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백 교수는 "결국은 국민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공론화시키고,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 가는 것이 첫번째 선결 과제"라고 전했다.


나아가 "이 제도는 정신질환자 개인 또는 그 가족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중증정신질환자 한 명이 놓쳐졌을 때 사회에 미치는 위협가 피해가 크다는 것이 열린의 사태를 통해 알려진 만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해당 제도 구축에 온 사회가 공감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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