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스타트 끊은 국내 첫 '감염관리센터', 역할은?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 가능한 감염관리센터(CIC) 설립…코로나19부터 신종 감염병까지
적자 불가피한 '감염병 병원'…"시설·전문 인력 적절한 보상·수가 제도적 보완 필요"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2-21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로 고통받은지 2년. 

2015년 메르스 유행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감염병전문병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된 국가지정 '감염병병원'이 없다.

일일 확진자가 10만 명을 돌파한 이때, 재앙 수준의 코로나19는 물론이고, 향후 다양한 고위험 신종 감염병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병원을 국내 최초로 세운 곳은 다름 아닌 서울아산병원.

의료복지사업을 중요시했던 아산재단 설립자 故 정주영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난 2월 8일 개소한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Center for Infection Control, 이하 CIC)'의 역할을 살펴봤다.
국가 지정 전문병원 전무…민간병원이 설립한 '감염관리센터(CIC)'

지난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이후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고위험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전문 병원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부도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한 후 호남권의 '조선대병원', 충청권의 '순천향대 천안병원', 경북권의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의 '양산부산대병원' 총 5곳의 병원을 '권역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했으나, 2022년 2월 현재 새병원이 설립된 곳은 없다.

하지만 정부 지정 감염병전문병원을 뒤로한 채 민간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8월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인 '감염관리센터(Center for Infection Control, CIC)'를 착공했고, 2022년 2월 8일 민간병원 첫 감염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연면적 2만2,070㎡(6,676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건립된 감염관리센터는 1층에 감염병 응급실, 2층에 음압격리병동과 외래, 3층에 음압격리중환자실과 음압수술실 및 CT촬영실 등을 배치해, 호흡기 감염질환을 가진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경우 외래 또는 응급실에서부터 외부 전파가 차단된 상태에서 중증 환자의 진단 검사, 입원 치료 및 수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는 △음압격리응급실(1인 음압관찰실 29병상, 경증구역 12좌석) △음압격리병동 15병상(음압격리실 12병상, 고도음압격리실 3병상) △음압격리중환자실 13병상 △감염내과 및 호흡기내과 외래(진료실 6개) △음압수술실 1실 △음압일반촬영실 1실 △음압CT촬영실 1실 등이 갖춰졌다.
적자 예상되지만, 향후 20~30년 내다보고 안전한 진료환경 위해 투자

국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이처럼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는 결국 '재원'이다. 감염병이 창궐하는 현재와 같은 시기 외에는 환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도 있다.

어느 병원보다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이 앞장서서 감염관리센터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일까?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관리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감염관리센터)가 적자가 예상되는 시설이지만, 20~30년을 내다보고 향후 예상되는 고위험 감염병 관리가 보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CIC가 건축되는 과정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생기면서, 향후 이러한 CIC와 같은 건물의 중요성이 더 빨리 부각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도 코로나19 초기 원내 감염으로 인해 몇 차례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중증도가 큰 환자가 입원해 있는 대학병원의 경우, 원내 확진자가 단 1명만 발생해도 그로 인한 파급력이 큰 만큼, 더욱 감염관리센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아산병원 CIC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원내에 부족한 중환자 병상 마련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환자의 급증 상황에 대응해 중증 및 준중증 병상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센터장은 "이번에 설립된 CIC는 국가지정치료병상 기준에 준하는 음압시설을 갖춘 별도의 신축 건물로서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모델이며 전 세계적으로 드문 시설이다. 다른 진료과와의 연계를 고려해 접근성도 확보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 받는 면역저하환자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고위험)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의 급성 중증 진료에 대한 역할과 이를 통한 사회적 공헌의 의미로 독립된 감염병 시설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에 감염관리센터가 하나 지어졌다고, 코로나19를 완전히 차단할 순 없다.

김성한 센터장도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에서는 음압격리시설을 갖추더라도 음압격리실 급여 인정 기간이 짧고 감염병이 의심돼도 객관적인 소견이 도출되기 전까지 선제 격리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음압격리실 격리가 인정되는 질환은 홍역, 수두, 결핵, 대상포진, MERS 총 5개 질환으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음압격리실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도 요양급여 적용 기준에 따른 대상 확대 및 격리 인정 기간 확대에 대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바 있으나 아직 명확한 제도 개선은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 코로나19 이후에도…의료진 상주하며 고위험 상시 신종 감염병 대응
   "시설·전문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수가 인정되는 제도적 보완 필요"


서울아산병원의 CIC는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CIC는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 따라 1, 2, 3단계로 고위험 병원체를 볼 수 있는 병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CIC 2층의 경우 코로나19 환자를 2명 또는 6명 보면서, 같은 층에 있는 다른 감염병 환자와는 동선을 완벽히 분리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효율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면서 지속적인 의료진 훈련과 진료가 가능한 형태로 CIC를 운영할 수 있다.

김성한 센터장은 "서울아산병원은 당장은 코로나19 환자를 우선적으로 CIC에서 진료할 계획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이 호전되면 결핵과 같은 공기주의 감염 환자와 해외유입 고위험 감염병 의심환자를 CIC에서 수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능하면 상시 훈련된 중증 환자 진료가 가능한 의료진이 CIC에 상주하면서 가끔 생길 수 있는 고위험 신종 감염병을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평상시에는 결핵과 같은 공기주의 감염 환자와 해외유입 고위험 감염병 의심환자 등을 수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현재는 정부와 의료기관 모두 코로나19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게 되면 현재의 고도 격리가 가능한 시설과 고위험 중증 감염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김성한 센터장은 "따라서 평상시에도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과 전문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수가가 인정되는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하다. 음압격리 급여 대상 확대 및 격리 인정 기간 확대가 필요하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중증 신종 감염병 진료가 가능한 의사, 간호사에 대한 인력 확보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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