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일본,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처방전
5. 일본! 디지털 산업의 발달과 약국의 미래
코로나19 시대 일본의 온라인 진료(복약지도), 처방약 배달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디지털기기, 앱 산업의 발달과 이를 의료에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뒤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고혈압 치료용 앱이 허가되어 보험수가에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AI를 이용하여 각종 진료 통계수치를 계산하고, 피 한 방울로 30분 만에 41종의 알레르기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약국에서 몸에 장착해서 생체정보를 취득하는 웨어러블(Wearable) 단말기를 의료 분야에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손목시계형 혈압계도 있고, 옷을 입은 채로 맥박수를 측정하며, 신발에 센서를 심어 치매환자의 행동을 관리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건강관리뿐 아니라 질병 조기 발견 및 발작 예측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장수 뿐만 아니라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및 디지털 단말기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질병의 진단 및 예방, 치료를 하는 것이 `디지털 테라퓨틱스`(디지털 치료)이다. 이들은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병용해서 사용하므로 일반 디지털 제품과 달리 의 의료기기로 승인을 되어 보험 적용까지 받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들도 앞 다퉈 앱을 개발해 중추신경계, 당뇨병 등 ‘앱 질병 치료`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또 AI를 이용한 신약개발과 각종 임상시험 솔루션 개발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츠카제약, 다케다약품공업, 에자이, 다이닛폰스미토모 등은 중추신경계의 디지털 테라퓨틱스 연구에 주력하여 이미 시판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오츠카제약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약 ‘애빌리파이 마이사이트’를 이미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클릭사와 우울증 치료 앱도 개발 중이다. 다케다약품공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해 재택 중 파킨슨병 증상을 모니터링 하는 임상연구 시작했고, 에자이는 인지기능 유지를 지원하는 앱 `Easiit`(이싯트)를 디엔에이(DeNA)와 개발해 지난해 7월에 발매했다.
다이닛폰스미토모도 Aikomi와 치매에 따른 행동·심리 증상(BPSD)을 완화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공동 개발 중에 있다. 또 시오노기, 아스텔라스, 테루모,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은 당뇨병 디지털 테라퓨틱스 개발에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6.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제도
1) 2022년 4월부터 `리필 처방전` 시행
일본은 올해 4월부터 리필 처방전 제도를 시행했다.
리필 처방전 제도 도입이 꼭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만성질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를 줄이고, 보험재정과 환자의 부담을 경감한다는 차원에서 앞당겨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리필 처방전 제도는 2010년 후생노동성의 `팀 의료의 추진에 관한 검토회`에서 처음 기본적인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이후 2014년 경제재정자문회의, 2015년 7월 22일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 진료수가 기본문제소위원회, 2017년에는 경제재정자문회의, 그리고 2021년 6월 18일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1'에 처방전의 반복 이용이 가능한 리필 처방전 제도 시행 검토가 포함되었다. 2021년 12월 2022년도 진료 수가 개정에서 리필 처방전 도입이 확정되었다.
리필 처방전은 일정 기간 이내는 처방전을 약국에서 반복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환자의 부담이 줄고, 진료 부담이 줄어드는 등의 이점이 있다. 즉 평소 복용하고 있는 상용약의 처방전만 받기 위해서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리필 처방전 도입은 약사의 업무에도 많은 변화와 책임이 요구된다.
먼저 약국 방문 환자수의 증가가 예상된다. 소량의 약을 여러 차례 나누어 받는 환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의사 대신 약사가 환자의 경과를 관찰할 필요성도 생긴다. 의사를 대신해서 약사가 복약 상황이나 증상의 변화, 부작용 발현 조짐 등의 경과를 관찰하여야 한다.
또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며, 보다 높은 지식과 약학적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2) 2023년부터 전자처방전으로 대체
일본은 2023년 1월부터 종이 처방전을 없애고, 전자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하였다. 2000년대 우리나라 의약분업 초창기 우리 약국이 디스켓으로 보험 청구를 할 때 일본은 종이로 출력하여 청구를 했다. 또 우리가 EDI 청구를 할 때 일본은 디스켓 청구를 하면서, 얼마나 간편해졌는가! 라고 감탄했었다. 그런데 내년부터 전자처방전을 발행한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없지 않다.
일본의 전자 처방전 발행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환자가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가는 수고를 덜고, 고령 환자들의 과잉 복약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전자 데이터는 국가가 설치하는 전용 서버로 관리한다.
이렇게 전자화된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의사가 진료하면서 처방 정보를 입력하고, 약국 약사가 그것을 인출하여 사용한다. 서버 내에서 건강보험증 정보와 연결되기 때문에 환자는 보험증이나, 보험증 정보를 알 수 있는 ‘마이넘버 카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조제를 받을 수 있다. 처방전을 분실할 위험도 줄어둔다.
약국에서도 처방전을 3년간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제까지 약수첩을 사용해서 체크해 온 환자의 복용 이력이나 다른 약국에서 조제 받은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쉬워진다.
환자는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같은 약이나 같은 종류의 의약품을 처방 받거나 약의 개수가 과잉이 되는 경우, `경고`가 나타난다. 중복 투약, 과잉 투약이 예방된다.
[기고] 디알엑스솔루션 박정관 대표이사(약국체인 위드팜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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